서울버스(아이폰)에서 7016번 버스의 노선도를 조회한 화면. 각 버스가 어느 정류장에 서있는지를 알 수 있다.(왼쪽 사진) 정류장알람(아이폰). 버스의 현 위치가 파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되고 목적지에 빨간 핀이 꽂혀있다.
[앱평 ②] 버스 운행정보 앱 비교
버스앱·지도 결합땐 낯선 곳에서도 버스타기 어렵지않아
#1.
“얼마나 기다려야 돼?”
전화 너머 여자친구의 화난 목소리. 땀이 삐질삐질 난다. 약속 장소까지는 버스로 일곱 정거장 거리. 택시는 잘 다니지 않는 길. 도대체 이 버스는 언제 오는건가. 이미 20분 늦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뛰어야 하나. 개미만한 소리가 내 목구멍에서 새어 나온다.
“어…. 금방 가. 금방. 조금만 기다려.”
#2.
“잘 자. 전화해.”
“응. 도착하면 전화할께.”
토라졌던 여자친구를 잘 달래 데이트를 마치고는 집까지 데려다줬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자정. 가능하면 막차를 타거나, 피시방에서 밤새고 첫차를 타거나. 집에 가고 싶지만, 자정이면 버스가 끊겼던 것 같은데. 에라, 첫차 타야지 하고 피시방 입구에 들어선 찰나, 갑자기 지나가는 낯익은 버스. 앗, 막차다….
한 고등학생이 개발했다고 해 화제가 된 아이폰 앱 ‘서울버스’에는 서울의 시내·광역버스 운행정보가 보기 쉽게 담겨있다. 위의 상황에서 아이폰이 있었다면, 조금은 대처하기 쉬울 수도 있겠다. 어떤 버스가 어떤 정류장을 몇 시에 지나가는지 정보를 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 및 지하철의 교통정보 관련 스마트폰 앱은 플랫폼 별로 이미 꽤 다양하게 나와있다. 비교해 본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이폰의 서울버스가 가장 돋보이지만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꽤 크다.
우선 비교적 정시에 운행하는 지하철의 교통정보 앱은 각 역을 기준으로 지하철이 몇시에 도착하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노선도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없는 ‘그 노선도’와 다를 바 없다. 지하철 운행 간격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다. 도착 정보가 딱히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것은 버스 관련 정보다. 대부분의 버스 관련 앱은 기본적으로 버스 번호별로, 정류장별로 조회가 가능하다. 버스 번호를 보면 그 버스가 다니는 노선이 나오고, 정류장을 보면 어느 버스가 해당 정류장에 서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 시 교통 당국이 공개하는 버스 운행정보가 덧붙여져, 어떤 버스가 어떤 정류장에 언제 도착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도 있다.
아이폰의 서울버스나 윈도모바일의 지(G)버스에서는 또 한 가지 유용한 기능이 있다. 이용자의 현 위치를 공개하면 주변 어느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도 위에 정류장의 정확한 위치를 찍어볼 수도 있다.
구글지도에 사당역~광화문 경로를 입력하면 제시되는 6개 화면 가운데 2번째와 6번째. 보행자의 속도와 경로를 배려하지 않아 아쉽다.
근처의 버스 정류장도 알 수 있고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있지만, 문제는 경로다. 현재 나와있는 앱은 주변 지리가 어떤지, 몇번 버스를 타야 할지 같은 기본 사항을 숙지하고 있을 때에만 유용하다. 그러나 현재 있는 장소가 낯설고,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사정이 복잡해진다. 도착지 주변의 버스 정류장을 찾아본 뒤, 출발지 주변의 정류장을 찾아본 다음, 양쪽에 겹치는 버스 번호를 찾아야 한다.
구글, 네이버, 다음 등이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로를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있는 곳의 위치를 제대로 묘사하기 힘든 상황이면, 출발지·도착지에 현재 위치정보를 입력해 자동으로 인식토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과는 ‘걸어서 지하철역까지 5분 → ○○번 버스로 환승 → 다섯 정거장(약 15분) → 걸어서 목적지까지 10분’ 하는 식으로 제시된다. 지도에 버스나 지하철 노선을 포함한 경로의 그림이 제시되므로, 대략 어느 정도 거리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결국 지하철·버스 관련 앱과 지도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면 △출발지~목적지 구간의 경로 △대중교통 정류장 위치 △탑승 예정시각 △소요 시간 등을 모두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셈이다. 전혀 모르는 낯선 곳에 떨어져 있다 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택시를 타지 않고도 목적지를 찾아가는 게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이용실제 - 서울 사당역에서 광화문까지
【경로검색】오전 9시38분 사당역 근처에서 구글 지도로 경로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 걷기→지하철→버스→걷기로 10시13분에 광화문에 도착 가능하다고 나왔다.
【지하철까지 걷기】 구글은 3분 뒤 출발하는 지하철 4호선을 탈 것으로 예상했지만, 뛰어도 3분 안에는 도착하기 힘든 거리였다. 걷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도대체 무슨 기준인걸까.
【지하철】지하철은 막히지 않았다. 대학시절 자주 늦곤 하던 한 친구는 “지하철이 밀려서”라고 둘러댄 적도 있었다. 실제 폭설이 내렸던 올해 첫 출근날 지하철은 많이 밀렸다.
【버스까지 걷기】버스 정류장을 찾기는 쉬운 게 아니다. 지하에서는 위치정보 검색도 잘 안 된다. 몇번 출구로 나와서 어디로 가야할지는 지하철역 벽에 붙은 지도를 보는 게 가장 속편하다. 출구 밖으로 나오자 서울버스(아이폰)는 제깍 정류장 위치를 찾는데, 윈도모바일의 지(G)버스는 위성시스템(GPS) 수신상태가 불량하다는 메시지부터 뜬다.
【버스 환승】서울버스(아이폰)는 광역버스, 시내버스 등 버스 종류를 다른 색깔로 표시해줘서 보기 편하다. 버스 번호를 입력할 때엔 전화기 숫자판(다이얼패드)을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케이아르버스(KrBus), 케이아르넥스트버스(KrNextBus)는 쿼티자판(컴퓨터자판형) 상태에서 번호를 입력하려니 다소 불편하다. 윈도모바일의 지(G)버스는 서울버스와 기본적인 이용 방식이 같지만 반응이 다소 느리다. 지도 서비스에선 7016번 버스가 10분 간격으로 다닌다고만 알려줄 뿐, 언제 오는지 알기 위해선 버스 앱의 도움이 필요하다.
【버스】어디서 내려야 할지 모를 땐 정류장알람(아이폰)이 도움이 된다. 목적지 300m 전에서 알람이 울리는데, 버스가 시속 30㎞로 이동중이면 약 30초 전에 알려주는 셈이다. 다만 다중작업(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아이폰이다보니, 정류장알람만 실행해놓고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건 큰 아쉬움이다.
【광화문까지 걷기】목적지를 광화문이라고 설정하니 정말로 광화문까지 경로가 나온다. 버스 정류장은 케이티(KT) 광화문지사 앞, 걸어서 미 대사관을 거쳐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지도 위 경로는 큰길을 가로지르는 직선을 가리킨다. 도로교통법을 위반할 수 없으니 횡단보도를 따라 걷는다. 광화문 도착시각은 10시27분. 구글의 예상보다 14분 더 걸렸다.
이런 앱 없나요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 위치를 보여주는 앱은 없나요.
앱평은 ‘이런 앱 없나요’를 통해 이용자와 개발자 사이에 다리가 돼드리려 합니다. 평소 ‘이런 앱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셨던 소재 있으시면 보내주세요. 이를 채택해 앱을 만든 개발자께서도 연락주시면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