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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3월만 30GB 더’ 가계통신비 절감 방안…국민들 “장난해?”

등록 2023-02-15 14:56수정 2023-02-15 20:20

윤 대통령, 비상민생경제회의서 “통신비 부담 줄여야”
이동통신 3사 “3월 한달간 데이터 추가 제공” 화답
통신비 인하 효과 ‘글쎄’…가입자들 “장난해!” 반응
스마트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을 주문하자, 이동통신 3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3월 한달 동안 가입자에게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요금을 인하하거나 요금제에 포함된 무료 데이터를 늘리고, 요금제 선택 폭을 넓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이벤트성 화답’이란 비판이 나온다.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주문한 쪽이 뻘쭘하게 됐다는 뒷말까지 나온다.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는 이날 오전 일제히 보도자료를 내어, 3월 한 달 동안 가입자들에게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는 만 19살 이상 가입자들에게 3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한다. 엘지유플러스는 가입자 요금제에 포함된 데이터와 같은 양을 추가로 쓸 수 있게 한다. 이미 기본 제공 데이터 100기가바이트와 무제한 등의 요금제를 쓰고 있는 가입자에게는 기본 제공 테더링 데이터 60기가바이트에 추가로 60기가바이트를 더해 총 120기가바이트를 테더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과기정통부는 비상민생경제회의 뒤 따로 보도자료를 내어 “국민의 데이터 이용 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각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데이터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과기정통부는 “30기가바이트 용량은 고화질(풀HD급) 영화 5편 또는 유튜브 영상 18시간, 음악 청취 연속 15일 등이 가능한 용량”이라며 “이용자들이 3월 한달간 더 싼 요금제로 변경하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월 6만1천원에 데이터 30GB를 제공하는 케이티 요금제를 이용하던 가입자가 3만3천원에 1.4GB 제공 요금제로 갈아타면 약 2만8천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주문한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에 발빠르게 화답하는 것”이라며 “이번 혜택(무료 데이터 추가 제공)으로 더 저렴한 요금제로 옮기는 가입자가 많지 않을 수 있어도, (기본 제공 데이터 소진으로 인한) 속도 저하 우려 없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마음 놓고 쓰는 경험을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설이나 추석 연휴에 영상통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소상공인과 자연재해 발생 지역 주민 등에게 혜택을 준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미성년자를 제외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한 전례가 없는 만큼 큰 결단을 한 걸로 이해해 달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아쉬운 수준일 수 있어도, 난방비가 최근 급격히 올라 가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3월 한달 만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다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한시적인 혜택을 넘어 실질적인 통신비 절감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요금제 구간이 세분화돼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40∼10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 구간이 없다. 이에 상당기간 충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아 혁신이 정체돼 왔다”며 “현재 부족한 구간 (5G) 요금제가 상반기 안에 나올 수 있도록 이동통신사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가입자들 사이에선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 주문에, 이통사들이 ‘장난’으로 화답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 김아무개씨는 “월 1.5기가바이트 요금제를 쓰고 있다. 갑자기 한달 동안만 30기가바이트를 주면 어디에 쓰라는 거냐.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이 아니라 요금제를 비싼 것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동통신사들이 추가 제공한 데이터는 3월 중에 다 소진해야 한다. 못 쓴 것은 소멸된다.

과기정통부 설명을 놓고도, 위약금 없이 요금제를 월 단위로 변경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가입자들이 각종 약정에 묶여 있어 요금제 변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해 내놓은 ‘최근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약정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자급제폰 이용자 비율은 2021년 7월 기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9%에 그친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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