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헤리리뷰

사람이 행복한 경제를 상상하자

등록 2014-09-30 11:19

그래픽 강원모 인턴기자 <A href="mailto:1motime@hani.co.kr">1motime@hani.co.kr</A>
그래픽 강원모 인턴기자 1motime@hani.co.kr
10월22~23일 아시아미래포럼
사람과 공동체 중심 사회 모색
사람의 몸은 이상이 생기면 신호를 보낸다. 가볍게는 뾰루지나 가려움으로, 때론 어지럼증 등 무거운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신호를 하찮게 여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등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도 유기체처럼 어딘가 문제가 생기면 각종 신호음과 부작용이 나타난다.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하인리히 법칙’이 관심을 끌었다. 하인리히 법칙은 1 대 29 대 300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1920년대 미국 보험사 직원 하인리히는 사고 통계를 처리하고 산업재해 사례를 분석하면서 통계법칙을 하나 발견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해 1명이 크게 다친 경우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가볍게 다친 사람이 29명, 같은 원인으로 다칠 뻔한 사람이 300명 있었다. 큰 사고가 한 번 일어나기 전에 이미 경고가 될 만한 작은 사고와 징후가 다수 있다는 뜻이다.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 재앙 징후인가

하인리히 법칙은 산업재해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경제에서도 위기의 징조들이 나타난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월드톱인컴데이터베이스(WTID)에 따르면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54.1%(2011년)로 가장 높다. 불평등이 심각한 미국은 48.2%이고 한국은 44.9%로 조사대상국 28곳 중 네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40.5%)과 영국(39.2%) 등을 앞질렀다.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이 불평등 문제를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으로 불평등 이슈가 공론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피케티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보, 보수를 넘어 반응이 뜨겁다. 한국어판 출판 기념 인터뷰에서 피케티는 “극심한 불평등으로 세계대전 등 충격적 사건이 일어났던 과거의 교훈을 통해 배우고, 민주적 제도의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각한 불평등 등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세계 여러 나라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나라들의 고민은 더 깊다.

스웨덴과 독일의 연대·협력 모델 부각

이런 가운데 사람중심의 경제,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경제를 실천하며 발전하는 스웨덴 모델과 독일 모델에 관심을 갖는 국가와 기업이 늘고 있다.

스웨덴 모델은 가족간 연대 원리를 사회 전체에 적용한다. 1932년 사민당 정부 때 ‘국가는 가족공동체처럼 조직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집’ 사상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국가는 궁극적 목적을 부의 평등한 분배 달성에 두고, 노동정책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연대임금’ 정책이다. 임금을 개별기업의 규모와 수익성, 임금지급능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같은 산업이나 업종에서 임금수준을 맞춰나가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50년대 초 노동조합총연맹과 스웨덴경영자협회가 중앙단체교섭을 맺으면서 시작됐고, 현재는 산업별 교섭으로 바뀌었지만 정책의 취지는 여전히 살아 적용되고 있다.

독일 모델은 기업을 자본과 노동자가 협력해 운영한다. 경영자가 근로자를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하는 대신 필요하면 임금 삭감을 감수하기도 한다. 한 예로 2008년 위기 때 기업들이 감원 대신 근로자들이 노동시간을 줄여 임금이 30% 줄었다. 정부가 삭감액 가운데 20%를 보전해 실제 임금은 10%만 준 셈이다. 근로자는 일자리를 유지하며 늘어난 개인 시간을 활용하고, 정부는 실업수당 지급을 급속히 늘리지 않아도 되고, 기업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다. 공존의 대타협이 이뤄진 셈이다. 이런 사회적 대타협은 노사 대화가 기본이다. 노사공동결정제에 따라 노사 대표가 감독이사회에 함께 참여한다. 이들에게는 공존에 대한 공감이 있다.

독일과 스웨덴 모델을 그대로 따라하기보다는 그 안에 있는 사상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자국에 맞는 해법을 찾아 나름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독일과 스웨덴 모두 각자 나름의 모델을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단번에 이상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나씩 차근차근 만들어가며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역사적 전환기엔 속도보다 방향 중요

<나눔의 경제학이 온다>의 저자인 진노 나오히코 교수 말처럼 우리는 역사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 역사적 전환기에는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차를 멈춰서라도 지도를 보며 목적지와 현재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과 긍정의 사고로 위기의 시대를 뛰어넘어야 한다. ‘예언의 자기 성취’의 가르침처럼 스스로 가능성을 믿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할수록 그 믿음이 현실이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통경제학에서 설정한 전형적인 인간은 합리성과 이기심으로 무장한 ‘호모 에코노미쿠스’이다. 하지만 인간은 동시에 호모 사피엔스로,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훌륭한 생명으로 창조되었다. 다가오는 10월22~23일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호모 에코노미쿠스이자 호모 사피엔스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공존의 길’을 찾아 나선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일주일 남은 미 대선, ‘트럼프’에 흔들리는 금리·환율·주가·금·구리… 1.

일주일 남은 미 대선, ‘트럼프’에 흔들리는 금리·환율·주가·금·구리…

또 코스닥 ‘공모주 급락’ 주의보…1126대 1 청약 웨이비스 27.4%↓ 2.

또 코스닥 ‘공모주 급락’ 주의보…1126대 1 청약 웨이비스 27.4%↓

또 가격 올리는 스타벅스, 이번엔 ‘얼음 음료’…직원 시위 예고도 3.

또 가격 올리는 스타벅스, 이번엔 ‘얼음 음료’…직원 시위 예고도

건전재정 결과 ‘30조 세수펑크’?…경기악화 어쩌려고 ‘지출 15조 감축’ 4.

건전재정 결과 ‘30조 세수펑크’?…경기악화 어쩌려고 ‘지출 15조 감축’

‘뱅크런’ 넘긴 새마을금고…이번엔 가계부채 ‘복병’ 될라 5.

‘뱅크런’ 넘긴 새마을금고…이번엔 가계부채 ‘복병’ 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