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onomy | 곽현수의 ‘차 한 잔'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달러가 특별한 이유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신흥국이 상대적으로 부실화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 위상이 더 높아졌다. 세계 각국은 준비자산으로 달러화를 신뢰하고 있다. IMF가 발표한 2018년 3분기 세계 준비자산 중 달러화 비중은 61.9%로 가장 높다. 유로화와 엔화 비중은 각각 20.5%, 5.0%다. 달러화 지위를 위협하기 부족하다. 얼마 전까지 국제화를 표방했던 위안화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위안화는 2017년 1분기 비중이 0.9%였던 점을 고려하면 완만히 상승 중이지만 달러화 위상에는 한참 못 미친다. 미국 국채 발행 규모 및 유동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 많은 국가들이 달러를 준비자산으로 여긴다. 통화 자체를 매수하기보다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달러를 보유한다. 미국 국채 매입은 10년 국채 실질 금리가 1%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데 비해 공급은 부족하다. 세계는 금융위기 이후 재건 과정에서 안전자산 요구 적립 비율을 높였다. 바젤III가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BIS(국제결제은행)가 요구하는 자본 건전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 국채는 안전자산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선진국들 국채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에스앤피(S&P·Standard & Poor’s)가 AAA 등급을 부여한 선진국은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몇몇에 불과하다. 채권 발행량이 미국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미국 국채 발행 규모는 15.4조달러로 타국을 압도한다. 일본 국채 발행 규모는 9.5조달러로 비교적 크지만 주로 자국 은행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투자 비중이 높다. 미국 국채는 유동성 측면에서 매력을 갖추고 있다. 금융위기 전에는 글로벌 기업과 은행이 안전자산 공급 역할을 했다. 모든 나라에 진출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기업과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은행들이 도산했다. 대마불사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미국 재무부는 금융위기 중 기업을 구제할 때 사회 전반에 도덕적 해이가 퍼지지 않도록 채무를 조정했다. 개인이나 기관투자자가 우량 회사채를 안전자산으로 여길 수 있으나 국가가 준비자산을 적립할 때 매입을 고려할 수 있는 회사채는 많지 않다. 미국 국채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통화 조작으로 자국 환율 평가절하에 나섰다. 환율 절하는 실질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손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달러화 가치는 양적완화에도 안전자산 선호로 상승했다. 미국 국채가 안전하다는 인식은 더 강해졌다. 그래픽2. 국채 발행 규모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에도 채무 관련 위기 크게 겪지 않아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국가다. 다른 나라에서 자본을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상수지 흑자는 반대로 자본을 수출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로 산출량에서 소비를 차감한 저축이 투자보다 작다. 미국을 대표적 소비 국가로 꼽는 이유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9조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반대다. 중국은 대표적 경상수지 흑자 국가다.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이 미국에 자금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3.2조달러다. 중국은 1994년 이후 매년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흑자 규모는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해 미국과 교역을 본격화한 2005년 이후 급증했다. 중국은 선진국으로부터 민간 자본 유입이 많았으나 공적 기관 자금 유출이 이를 크게 상회한 관계로 자본 수출 국가가 됐다. 미국 국채 매입으로 준비자산을 늘린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등 신흥국이 미국 국채 매입을 계속하는 한 미국 소비 팽창은 지속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신흥국의 투자 대비 높은 저축이 국제 금융 시스템을 왜곡하고 있다고 에둘러 생각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원인을 신흥국 저축 과잉에서 찾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채무 위기만 없다면 국민 후생 증대에 우호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명분으로 무역 분쟁을 일으켰을 때 세계 경제학자들이 의아한 반응을 보였던 이유다. 그래픽3. 미국과 중국의 누적 경상수지 추이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핫 머니 유출 문제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에 해당하지 않는다. 경상수지 적자는 자본수지 흑자와 동의어다. 미국은 외국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우주항공, 생명공학, 첨단 군수 무기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재투자할 수 있었다. 미국이 국가 경쟁력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었던 원천은 기축통화 달러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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