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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글로벌워치

투자자도 알아야 할 무역분쟁의 역사

등록 2018-08-03 15:27수정 2018-08-03 18:17

Weconomy | 곽현수의 '차 한 잔'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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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을 지배한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유명한 격언이다. 인류는 역사를 기록한 이래 무수히 많은 사건을 되풀이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과거 사건에서 교훈이나 지혜를 빌리곤 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다. 세계 증시는 미중 무역 분쟁이라는 어려움 앞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중 무역 분쟁을 패권 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부상 중이다.

1450년 이후 글로벌 기축 통화 역사를 보면 무역을 지배하는 국가가 항상 세계 중심을 차지했다. 대항해 시대를 연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200년간 세계 중심이었다. 네덜란드는 바통을 이어 받아 해상 무역을 꽃 피웠다. 영국은 해군을 육성해 프랑스와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무역 패권과 세계 중심을 차지했다. 산업혁명 주역으로 눈부신 발전을 한 영국도 세계대전 이후 무역 패권을 미국에 넘겼다.

과거 패권 이동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은 혁신이다. 기술 혁신이나 제도 혁신이 패권 전환을 이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신항로 개척을 통해 주역으로 성장했다. 네덜란드는 최초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를 만들며 무역을 비즈니스 영역으로 발전시켰다.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 세계 최초 입헌군주제를 확립했다. 영국 국민들은 봉건 사회 후퇴로 창의성과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영국이 현대 경제학과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자국 첨단 기술과 지적재산권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도 과거 패권 전환 국면에서 교훈을 느꼈기 때문인 듯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첨단 기술과 지적재산권은 핵심 경쟁력이다. 미중 무역 분쟁 핵심이 첨단 기술과 지적재산권 보호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미국이 안전하게 지키는 수준에서 중국과 무역 분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프1] 1450년 이후 글로벌 기축 통화 변화

자료: 홍콩화폐청(※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공황 이후 세계를 강타한 보호무역주의 광풍

세계가 1차 세계대전을 겪고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 1929년 대공황을 맞았다. 여파는 컸다. 1930년대 초 일시적으로 회복된 경기는 1936~37년 이중 침체로 한 차례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Fed(미국중앙은행)가 너무 빠르게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탓이다. 이면에는 세계를 강타한 보호무역주의 광풍도 있었다.

미국은 대공황 해법으로 보호무역을 택했다. 1930년 6월 미국 의회는 농업과 공업 제품 전반에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할리 관세 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교역국들은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미국에서 시작한 보호무역주의는 세계로 퍼졌다. 보호무역 정책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더 심화 시킬 뿐이었다. 세계를 강타한 보호무역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가 출범하면서 완화됐다.

국가는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사이에서 전적으로 이익을 기반으로 선택한다. 18세기 영국이 자유무역을 실시한 이래 세계 각국은 사정에 따라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을 유연하게 선택했다. 공통적 패턴은 자국 제조업 경쟁력이 확보됐을 때만 자유무역 정책을 택한다는 사실이다. 18세기 영국이나 20세기 중반 미국은 자유무역주의 선봉이었으나 이후 제조업 경쟁력 하락에 따라 보호무역으로 전환한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자유무역이 선이고 보호무역을 악으로 보는 도덕적 기준에서 판단은 맞지 않다.

[그래프2] 대공황 이후 미국 S&P 500 지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 Shiller(※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냉전 시대는 곧 무역 전쟁 시대

두 차례 세계대전을 끝낸 세계는 더 긴 전쟁을 맞이했다.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다. 두 국가간 대결은 전쟁 대신 다른 형태로 나타날 공산이 컸다. 두 국가는 장기간 무역 전쟁을 치렀다. 500년 전에도 무역을 지배한 자가 세계 패권을 차지한 사실은 20세기에 들어서도 유효했다. 냉전은 곧 무역 전쟁이었다.

GATT를 통해 자유무역 체제를 도입한 미국은 소련, 동유럽 등 사회주의 진영을 GATT에서 배제했다.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이 가진 기술의 소련 이전을 적극 봉쇄했다. 1949년 미국은 영국, 프랑스, 서독 등 17개국과 사회주의 진영 무역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 코콤(COCOM)을 설립했다. 코콤은 사회주의 진영 성장을 막기 위해 첨단기술, 전략무기 등 기술 수출 규제 리스트를 뒀다. 당초 비슷했던 미소 기술 격차는 점차 커졌다.

미국은 소련 붕괴 계획 일환으로 저유가 정책을 폈다. 우방국 사우디 아라비아를 통해 산유량을 증대했고 전략 비축유 계획도 축소하는 등 유가 하락을 위한 모든 노력을 폈다. 1985년 일평균 360.1만배럴이던 사우디 아라비아 산유량은 소련이 붕괴하던 1991년 882.0만배럴까지 연평균 16.1% 증가했다. 무역 분쟁이 유가 답합으로 번졌던 사례다. 미국과 소련 간 패권 경쟁은 40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래프3] 사우디 아라비아 산유량과 국제유가 추이

자료: Bloomberg(※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플라자 합의, 일본 운명을 바꾸다

일본은 미국 무역 패권을 위협했던 경쟁자다. 미일 무역 초반에는 일본 방직 제품과 화학섬유 제품이 미국 시장을 강타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점차 자동차, TV 등 고부가가치 제품들이 미국 시장을 잠식했다. 미국은 1971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무역적자가 지금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당시 미국 국민들이 느낀 위기감은 컸다. 무역 전쟁을 촉발한 계기다.

미일 무역 분쟁은 1969년 의회 차원에서 무역 적자를 불평한 이후 1988년 슈퍼 301조를 도입하기까지 20년 간 계속됐다. GATT 체제 하에서 일본 견제가 실패한 미국은 환율 전쟁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들었다. 1985년 9월 있었던 플라자 합의다. 플라자 합의는 일본 제조업 경쟁력을 꺾었다. 일본 기업들은 환율 손실을 피하기 위해 아시아 등지로 제조 공장을 이전해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일본 제조업 해외 생산 비중은 1985년 2.9%에서 1990년 6.0%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일본이 플라자 합의 이후 경제 모델을 내수 주도형으로 전환하고자 확장적으로 통화정책을 실시한 사실도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본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플라자 합의 이후 1%대로 하락했다.

[그래프4] 일본 자동차 산업생산 지수와 제조업 해외 생산 비율 추이

자료: Thomson Reuters(※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미중 패권 경쟁 본격화

중국을 수식하는데 굴기만큼 좋은 단어가 있을까. 몸을 일으킨다는 사전적 정의가 중국 상황에 부합한다. 중국은 지난 수 백 년간 세계 최강자였다.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힘을 잃은 지는 20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중국은 짧은 공백을 마치고 다시 G2에 올랐다. 중국은 아시아 외환위기와 미국 발 금융위기 등 두 사건을 통해 대외 위상이 높아졌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해서 전통 제조업 부활이 필요했다. 금융위기 당시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전통 제조업 부활을 천명했다. 미국 기업 해외 생산기지 복귀(리쇼어링)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미국이 세계 공장 중국과 정면 대결하게 된 이유다. 미국은 2007년부터 10년간 중국 대상 무역 적자가 45.3% 증가했다. 미국은 20세기 초반 영국처럼 보호무역주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중국 대상 무역에서 적자를 볼수록 두 국가 간 경제력 차는 좁혀지는 추세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미국과 중국이 2023년 세계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차를 3%p 이하로 전망했다. 중국은 미국 경제 패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은 패권 전쟁 양상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외 위상 제고에 관심 갖는 공화당 행정부 집권 시기인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 있다. 과거 미국과 일본은 20년 이상 무역 마찰을 지속했다. 냉전 체제는 50년 가까이 계속됐다. 패권 전쟁은 역사 국면을 바꾸는 사건이기 때문에 장기화를 수반한다. 투자자들은 이에 익숙해져야 할 듯하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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