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강세가 화두다. 달러화 지수는 2월 저점 대비 6~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 페소, 터키 리라, 브라질 헤알 가치는 달러 대비 10%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신흥국 위기설이 나온 이유다.
달러 가치가 고공 행진을 보인 이유는 내부와 외부 요인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내부 요인이다. Fed(미국중앙은행)는 3개월마다 주요 경제 지표 및 금리 인상 전망치를 수정 발표한다. 3, 6, 9, 12월이다. 지난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올해 3~4회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작년 12월보다 전반적으로 점 도표는 상향 움직임을 보였다. 3월 FOMC 이후 달러 강세 흐름은 강해졌다.
Fed가 점 도표를 상향한 이유는 경기 지표 개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률은 3%를 목전에 두고 있고 실업률은 4%를 하회했다. 핵심노동인구(25~54세) 실업률은 3.1%로 2000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U6(광의)와 U3(대표) 실업률 간 차도 3.8%p로 2007년 11월 3.7%p 이후 최저다. 완전 고용에 임계한 상황에서 질적 지표들의 개선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제조업 지표도 개선세다. ISM 제조업 지표는 21개월째 확장세(기준 50 이상)이다. ISM 제조업 지표를 6개월 후행하는 비국방자본재주문(항공제외)도 17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고용과 제조업에서 부는 훈풍은 미국 경기 개선세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점 도표 상향 배경에는 경기 지표 개선이 있었고 달러는 가치 상승 동력을 장착하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 Fed 내 분위기 변화가 감지 중이다. 주요 지역 연준 총재들이 남은 2018년 중 세 차례보다는 두 차례 또는 그 이하의 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자연 금리(경기를 가속, 감속시키지 않는 중립 금리 개념)에 거의 도달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면에는 달러 강세가 숨어있다.
달러는 미국 내수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입 품목들의 가격을 낮춰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 기대 인플레 저해 요인이다. 실제로 미국 물가와 달러화는 반대로 움직인다. 물가 상승 억제는 투자를 주춤하게 한다. 달러화 지수가 상승 또는 하락했을 때 6개월 시차를 두고 비국방자본재주문이 둔화 또는 개선세를 보이는 이유다. 달러 강세에 따른 물가 상승률 오름세 부진이나 투자 지연 등의 영향을 Fed가 주목하기 시작한 이유다. 가파른 달러 강세는 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제어시켜준다. 6월 FOMC에서 Fed 위원들이 점 도표를 가파르게 상향시키지 않을 듯한 이유다. 달러 강세 모멘텀 약화다.
이같은 미국 내 분위기와 달리 유로존 경기 지표들은 예상보다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경기 지표들은 개선세에 있었으나 눈높이 대비로는 조금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 내 분위기와 다른 결과는 CITI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이하 CESI) 차로 이어졌다. 동 지표는 예상보다 지표가 양호할 때 (+), 부진할 때 (-)를 보인다. 유로존 CESI는 5월 초 한때 -100%를 하회했다. 미국 CESI와 격차는 -130%p까지 벌어졌다.
경기 지표에 대한 눈높이 변화는 투자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변화시켰다. 투자자들은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ECB가 내년 1분기 중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봤으나 지금은 내년 3분기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인상 지연은 ECB의 QE(양적완화) 종료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예상까지 더해지게 했고 유로존 선물 금리는 한때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내포하게 됐다.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이 어려움을 더했다. 연정 구성을 둘러싼 오성운동 연합과 대통령 간 갈등이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을 높였다. 결과물은 독일 국채 금리 하락으로 나타났다. 독일 국채 금리는 한때 0.2%까지 하락했다. 미국 국채 금리와의 격차는 최근 30년 이내 사상 최대 수준인 2.6%p로 벌어졌다. 유로화 약세 요인이었다.
상황은 5월말 들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탈리아 연정이 출범했고 유로존 CESI는 최근 저점을 다지고 반등 중이다. ECB는 추가 완화 기조보다 통화 정책 정상화 기조 쪽으로 방향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가 연내 양적완화 종료를 강하게 시사했다. 차기 유력한 ECB 총재로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다. 빠르면 6월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내 양적완화 종료 여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통화 정책 측면에서 유로화 강세 요인이다.
달러 강세는 지난 몇 달간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달러화는 단기간에 가파르게 강세를 띠며 중남미 국가 통화 가치를 20% 이상 절하시켰다. 이런 현상은 아르헨티나가 IMF(국제통화기금)에 500억달러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일부에서 아르헨티나 등 국가 문제를 지적하며 신흥국 위기설을 제기하고 있다. 현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전히 경기 지표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달러 강세 모멘텀은 단기적으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미국 정부 채무 수준과 무역 수지 적자 확대 등을 고려할 때 달러는 약세 전환 가능성이 더 높다. 쌍둥이 적자와 달러화는 함께 움직인다. 쌍둥이 적자가 확대되거나 개인 소비 지출 대비 쌍둥이 적자 비율이 상승 추세면 달러화는 약세다.
신흥국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최근 정책도 고려 대상이다. 2015년 신흥국 위기가 불거졌을 때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도화선이었다. 최근 중국은 이런 분위기와 반대다. 4월 말 지준율을 100bp 인하하는 등 미국 금리 인상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경기 회복을 꾀하는 움직임이다. 지준율 인하가 시차를 두고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중국 행보는 2~3분기 중 경기 지표 개선을 지지한다.
신흥국 대표 주자인 중국이 미국 금리 인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신흥국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운다. 2015년과 다르게 봐야 하는 대목이다. 유로존 및 중국 경기 회복 분위기, ECB의 통화 정책 정상화 의지 피력 등은 달러 약세 전환 가능성을 키운다. 여름, 달러는 약세 전환 가능성이 높다. 여름 휴가를 해외로 가실 계획을 갖고 있는 독자 분 중 유럽 여행을 꿈꾸면 지금 당장, 미국 여행을 꿈꾸면 여행 직전에 환전을 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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