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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멀리 본다면 가스·수소에 투자하라

등록 2017-11-14 15:16수정 2017-11-14 15:38

Weconomy | 곽현수의 ‘차 한 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석유·자동차 산업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기후협약 탈퇴에 이어 연비규제 완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친환경 에너지·전기차로 미국의 기득권을 추월하려고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석유·자동차 산업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기후협약 탈퇴에 이어 연비규제 완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친환경 에너지·전기차로 미국의 기득권을 추월하려고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인간, 깨끗한 공기가 희소해지자 넘쳐나는 기름을 버리다

원유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 원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의 대중화는 원유 사용량 급증의 씨앗이었다. 오늘날 세계 기름 사용량의 50%는 운송용이다. 주위에 보이는 굴러 다니고 날아 다니는 많은 기계들이 원유 사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원유는 지난 40년간 끝없는 부존량 논쟁 속에 여전히 현재 사용량 대비 50~60년은 남았다고 알려져 있다. 셰일 오일 등의 개발로 200~300년이라는 주장도 있다. 원유가 넘쳐난다니 반대로 애정은 식은건지 기름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예전 같지 않다. 원유 등 화석 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은 원유를 포함한 이산화탄소(CO₂) 발생 에너지원에 대한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원유는 풍부해지고 깨끗한 공기는 희소해지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온실가스(CO₂와 메탄가스가 대표적)의 지구 온난화 가속 여부에 대한 판단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데이터에 기반한 <블룸버그> 기사 ‘What’s Really Warming the World?’를 참고할 수 있다. 자연적 요소나 에어졸, 오존 물질 등의 영향보다 온실가스 영향이 더 직접적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골자로 한 파리 기후 협약은 인간이 스스로 느끼고 있는 잘못에 대한 반성이 표면화된 결과물이다. 이 회의의 결과물은 에너지와 자동차 산업에 큰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 변혁의 핵심은 ‘자동차=원유’라는 공식의 타파다.

[그래프 1] Fed 총자산 증가율 추이
자료:블룸버그(※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IEA, 원유 수요 10% 늘거나 20% 감소하거나

엑슨모빌과 BP, 원유수출국기구(OPEC)는 2040년까지 세계 원유 수요가 현재 대비 20%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이보다 낮은 10%로 전망했다. 세계에너지기구의 10%는 낙관적 전망으로, 비관적 전망(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전기차 보급 확대 가정, 대체 에너지 사용 증가)에 따르면 20% 이상 감소도 가능하다. 석유 회사들 대비 2040년 기준 360만배럴 낮다.

맥킨지 전망도 세계에너지지구 쪽에 가깝다. 2016년에 발간된 맥킨지 보고서에는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 수요는 0.7% 감소한다고 언급하며, 특히 화석 연료 사용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현재 82% 수준에서 2050년에는 74%로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화석 에너지 내에서는 석탄과 원유 수요를 가스가 대체한다고 예상했다.

원유 회사들도 스투핃(stupid)하진 않다.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종합화학회사인 토탈은 2030년, 로얄 더치 셸은 이보다 비관적인 2020년에 원유 수요 정점론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변화의 뒷편에는 각국 정부의 움직임과 자동차 회사들의 변화가 있다.

[그래프 2] 원유수요 전망
자료: 해당 기업(※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메르켈의 읍참마속, 디젤·가솔린 차의 작별 의식

각 나라 정부는 세계적인 온난화 해결을 위해 파리 기후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발생량을 극적으로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참석한 유럽 국가들과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동차에 사용되는 화석 연료 사용량을 제로로 만드는 계획까지 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2040년부터,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이보다 빠른 2025년부터 판매 금지 계획을 세워놨다. 중국도 여기에 동참해 조만간 판매 금지와 관련된 계획표가 발표될 듯하다. 유럽 영향을 많이 받는 인도 역시 2030년부터 가솔린 및 디젤 차 판매 금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로존의 심장인 독일도 최근 생각이 변하고 있다. 디젤 및 가솔린 차 판매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던 독일 메르켈 총리의 견고했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비리로 인해 친환경 차로 칭찬받던 디젤 차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탓이다. 메르켈 총리는 내연기관 차량 퇴출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표하고 있지만, 작년 10월에 상정된 가솔린·디젤 차량 판매 금지 법안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산업이 핵심인 독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읍참마속의 심정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의 변심 가능성에 디젤과 가솔린이 기댈 곳은 약해졌다. 어차피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대한 세계적 열망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의 에너지 시장에서 위상 약화 또는 중장기적 퇴출 가능성은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세계적 행보에 반대길을 걷고 있는 국가가 있다. 미국이다.

미국 공화당은 석유와 자동차를 버리지 못한다

인간이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꽤 많다. 미국에서는 50:50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표에 민감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후 변화 협약을 탈퇴한 이유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연비 규제 역시 폐지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연비 규제 역사는 꽤 길다.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CAFE)’ 규정(또는 규제)으로 불려진다. 1975년부터 시행된 연비 규제는 오일 쇼크에 따른 충격으로 기름의 자급자족이라는 큰 목표 아래 시작됐다.

2011년에 개정된 미국 내 현재 연비 규정은 2025년부터 생산되는 신차들의 연비를 54.5mpg(mile per gallon)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에 모자라는 만큼 벌금(1mpg당 55달러)이 부과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고쳐주려 한다.

연비 규제가 중요한 이유는 두가지 산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원유다. 자동차 업체는 연비 규제를 맞추기 위해 비용 증가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연비 규제를 싫어하는 이유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비호감 요소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이 배제될 가능성이다. 기존 화석 에너지 자동차의 연비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전기(하이브리드 포함)나 가스, 수소 등을 사용해야 연비가 급속도로 올라간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약화될 수 있는 요소다.

지금 우리가 아는 전기차는 테슬라다. 지엠(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아니란 점이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의 걱정거리다. 엔진(내연기관)을 포기하는 순간 미국 3사를 포함한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된다. 엔진은 자동차 업체에 있어 지난 수십년간 산업의 진입 장벽이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차를 버리자는 유럽(독일을 제외한)과 중국은 후발 주자로서 너무도 당연히 전기차 또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선점 내지 확대하려고 한다.

연비 규제는 원유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연비 향상에 따른 효율성 증대는 원유 수요 감소를 뜻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기차가 활성화되면 석유산업의 경쟁자는 전기생산 업체들이 된다. 가스, 풍력, 태양광 등 성장 기업들에 더해 거대 자본을 끼고 있는 기성 산업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운송에서의 경쟁자 등장은 석유 기업들한테 결코 행복한 일은 아닌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이 연비 규제를 완화시켜주려는 것이다. 친석유, 친자동차 정책이다.

[그래프 3] 미국 실제 및 규정 연비 추이와 전망
자료: 미시건대(※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와 석유 기업의 공통된 이익은 최대한 차세대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막는 것이다. 트럼프가 기후 변화 협약 탈퇴와 연비 규제 완화로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자신들이 경쟁력 우위를 가지고 있는 시장으로 전환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 자동차와 석유 기업이 원하는 차세대 자동차, 또는 에너지 산업은 가스(차), 수소(차)다.

가스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구동 방식이 거의 동일하다. 기름 대신 가스를 주입하면 된다. 에너지 효율은 비슷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크게 감소한다. 기존 원유 자동차의 경우 1000km당 대략 0.35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가스의 경우 0.22t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분의 3 수준으로 뚝 떨어지는 셈이다. 풍부한 셰일가스를 활용한 가스 자동차 확대는 미국 자동차와 석유 기업(엑슨모빌이 미국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가스를 보유)에게 모두 유리하다.

수소차는 엄밀히 내연기관차는 아니나 동작 원리가 비슷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다. 내연기관처럼 원료인 수소를 싣고 가면서 수소가 물이 되는 화학 과정에서 얻어지는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구동된다는 점에서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복합해놓은 성격을 가진다.

수소는 원유나 가스 처리 과정에서 생산되는 방법과 전기 분해 방식으로 생산된다. 전자가 현재 더 효율적 방식이다. 석유·가스 회사들이 유리한 생산 방식이기에 엑슨모빌 같은 기업이 선호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가스처럼 충전은 쉬우나 압축 및 보관 비용에 대한 문제가 있어 가스차보다 상용화는 느리다. 기술력에 있어 배터리가 핵심인 전기차보다 자동차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어서 신규 기업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

[그래프 4] 주요 에너지원 별 1,000km당 CO2 발생량
자료: myclimate(※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은 전기, 미국은 가스, 중국은 전기+가스

디젤과 가솔린은 지난 150년의 자동차에서 극명하게 갈렸던 패러다임이다. 이 패러다임이 에너지 판도도 뒤흔들었다. 이제 원유에서 시작된 디젤과 가솔린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석유 기업인 엑슨모빌과 비피도 이 물결을 인정했다. 장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고해성사가 담겨있다. 피피는 2035년까지, 엑슨모빌은 2040년까지의 전망치라 엑슨모빌 수치가 다소 낮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전체적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원유 비중은 낮아진다.

두 대표 석유 기업은 향후 20년 이상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 연평균 1% 내외의 증가세를 보인다고 전망했다. 자신들의 주력 상품인 원유는 0.7%로 낮게 잡았다. 원유의 빈 자리를 신재생, 원자력, 수소, 가스 등이 대체하리라고 예상했다. 원유가 여전히 전체 사용량에서는 1위 자리를 고수하겠지만, 가스와의 격차가 3~4%p 줄어들 것으로 보는 점도 흥미롭다.

석유 기업들의 자기 친화적인 전망에도 세상은 ‘탈 원유’(Exit from Oil) 세상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석유 기업들의 전망이 아니라 세계에너지기구의 전망이 맞다면 원유는 10년쯤 지나서 현재 에너지원 1위 자리를 가스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 비피의 전망대로라면 2035년에는 신재생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10%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으나 이 시기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각국의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 및 규제 양상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 에너지원은 결국 수소다. 우주의 75%는 수소고, 인류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태양은 92%가 수소다.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공태양·핵융합(ITER)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인류는 중수소를 통해 몇억년 동안의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몇십년간은 수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그 자리를 신재생 에너지와 가스가 중간자로서 대체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신재생 에너지, 미국은 가스다. 중국은 아마도 이 둘을 적당히 혼합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가스가 원유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유가 하락은 이 현상을 더디게 한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탈 원유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합리적이다. 반면, 가스는 낮은 가격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점유율이 높아져야 투자가 활성화되고 보다 빠른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다.

신재생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초기 단계에서는 가스 가격이나 신재생 에너지 관련 가격은 눌릴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상승한다면 정부는 보조금 지원을 통해 산업 활성화를 시켜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든다. 가스나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가격(P)보다 물량(Q) 증가 쪽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원유와 가스의 점유율 격차가 현재 10%포인트 내외에서 5%포인트 내외로 좁혀지는 시점(2020~2025년 전후라고 판단)부터 가스 가격 상승과 원유 가격 하락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신재생 에너지는 가스 가격에 연동돼 움직일 듯하다. 탈 원유를 믿는다면 역설적으로 일단은 원유 가격 상승 또는 안정,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스나 신재생 에너지 가격 상승에 베팅해볼 필요가 있다. 물량을 늘려 놓아야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장기 투자자라면 고민 없이 가스, 더 나아가 수소에 투자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그래프 5] BP와 엑슨 모빌의 주요 에너지원 성장률 전망
자료: BP, 엑슨 모빌(※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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