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파산 신청을 낸 뒤, 한 시민이 미국 뉴욕에 있는 이 은행의 본사 건물 앞에서 “다음 차례는 누구?”라고 쓴 팻말을 들고 서 있다. 뉴욕/AP 연합
주식 시장에는 몇 가지 속설이 있다. "쌀쌀해지면 배당주"라든지 아니면 "산타 랠리", “정초 효과" 등이다. 주가의 계절성을 반영한 말들이다. 또 하나의 속설이라면 속설은 가을(9~11월)에는 유달리 뭔가 사건 사고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 중에서는 금융 시장에 긍정적인 사건도 있었고 부정적인 사고도 있었다. 이 중에서는 전설로 남을만한 일들도 꽤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나 1997년 한국 외환위기, 2000년 IT 버블 붕괴와 2001년 911테러 사태는 역사의 이정표가 될 만한 이슈들이었다. 많은 이슈들을 모두 정리할 수 없으니 금융위기 이후만 간추려보자.
2008년, 리먼 사태는 또 다른 가을의 (증시) 전설이 됐다. 대공황 이후 사상 최악의 경제 침체를가져왔다. 2009년에는 Fed(미국중앙은행) 통화 정책 정상화 우려가 있었다. 2010년에는 Fed의 2차 양적완화가 시작됐고 2011년에는 미국 신용 등급 강등에 따른 후폭풍으로 유로존 위기가 닥쳤다. 2012년에는 Fed의 3차 양적완화 발표와 시퀘스터 우려가 공존했다. 2013년에는 Fed 의장 교체 이슈로 시끌했고 2014년에는 Fed의 양적완화 종료가 있었다. 2015년에는 위안화의 갑작스런 절하 이후 충격, 그리고 Fed의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 인상의 기정 사실화(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서)가 있었다. 2016년에는 말 많고 탈 많았던 트럼프와 힐러리 간 대선 대결이 있었다. 가을의 전설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이슈들이다. 최근 10년 증시 역사는 가을에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을에 이토록 사건 사고가 많다보니 수익률 변동성도 가장 큰 계절이다. 1990년 이후 가을 KOSPI의 수익률(전분기 대비) 편차는 17.7%다. 뒤를 이어 봄(15.1%), 겨울(12.3%), 여름(11.9%) 순이다. 1990년 이후 계절 기준 최고 수익률(1998년)과 최저 수익률(1997년)이 모두 가을에 위치해 있다. 금융위기 이후로만 한정해봐도 수익률 편차는 가을이 11.7%로 가장 높다.
올해 가을에는 어떤 이슈들이 있을까. 일단 있었다. Fed가 초유의 자산 축소를 선택했다. 독일에서는 사상 최초의 4연임 총리(메르켈 스승인 콜 총리의 경우 서독 총리 시절까지 합쳐서 4연임)가 탄생했고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주석(신화통신에서 시진핑에게 최고 통솔자라는 호칭을 사용)으로 불리고 있는 시진핑의 집권 2기 지도부가 꾸려진다.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한 해 두 번의 핵실험을 단행할지 여부도 북미 협상 결과에 따라 북한 정권의 전략 테이블 위에 올려지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세제 개편안과 인프라 투자안, 2018년 예산안 등이 미국 가을 의회가 처리해야 될 이슈들이다.
가을에 이렇게 즐비한 이벤트에 대해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하는 편이 바람직할까. 2008년 이후 계절별 변동성을 보면 겨울(4%)과 봄(10%)이 낮고 가을(12%)과 여름(10%)이 높다. 가을의 변동성 확대를 겨울과 봄으로 이어질 변동성 안정 구간을 위한 투자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KOSPI에 대해 겨울과 봄에만 투자를 하고 여름과 가을에는 투자를 쉰다고 가정했을 때 2008년 봄부터 2016년 겨울까지의 수익률은 63%다. 2008년 봄 이후 2016년 겨울까지의 총 수익률인 20%를 상회한다. 물론 2008년 리먼 사태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할 필요는 있다. 리먼 때를 제외한 2009년 이후를 보면 전체 수익률은 68%고 봄과 겨울의 수익률은 57%다. 여름과 가을의 수익률은 불과 11%에 불과했다. 리먼 때를 제외해도 봄, 겨울 투자 수익률이 여름, 가을 투자 수익률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올해 봄 수익률은 11.5%였다. 가을이 2개월 남았지만 여름과 가을 수익률은 2.0%에 불과하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패턴인 셈이다. 바꾸어 말하면 올해 겨울과 내년 봄까지의 수익률을 기대해 남은 2개월의 가을 동안 주식 비중을 확대해 놓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름과 가을에는 들판에서 곡물이 수확되고 겨울과 봄에는 주식 시장에서 수익률이 수확된다. 들판에서는 가을은 추수의 시절이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파종의 시절이다. 지금 씨를 뿌려서 다가올 겨울과 봄의 KOSPI 상승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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