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15년 6월1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9월 Fed(미국중앙은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일년에 여덟 번 회의 중에 한 번이다. 1/8에 불과한 회의일 수 있지만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끄는 건 자산 축소(만기증권재투자 축소)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Fed가 9월에 자산 축소를 결정하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처음이라는 말은 설렘이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불확실성이라는 덫에 대한 공포를 일깨운다.
Fed의 현재 총 자산은 4.5조 달러다. 한국 GDP(국내총생산)의 3배에 달하고 미국 GDP의 25%쯤이다. 엄청난 금액이다. 9월 FOMC에서 축소가 결정되면 빠르면 올해 10월, 늦어도 내년 1월부터 자산 축소가 시작된다. Fed의 계획대로라면 10월부터 자산을 줄인다고 할 때 올해 4분기에 300억달러, 2018년에 4200억달러, 2019년 및 2020년에 각 6000억달러가 축소된다. 기준 금리 인상 종료가 예상되는 2020년쯤 자산 축소도 멈춘다면 총 축소 금액은 대략 1.7조 달러다.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총자산의 50%다. QE3(3차 양적완화) 때 늘어난 금액과 비슷하다.
그래프1. Fed 총자산 증가율 추이
자료: Thomson Reuters, 신한금융투자
Fed가 자산 축소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현재 미국 채권 시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이상 현상인 기간-프리미엄의 (-)권 행보에 대한 불편함이다. 기간-프리미엄은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 대비 상대적으로 긴 보유 기간에 따른 위험도를 보정해주는 개념이다. 당장 내일 받을 수 있는 금리와 1주일 후에 받을 수 있는 금리 간에도 위험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어떤 개념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어렴풋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기간-프리미엄 계산 방법은 꽤 복잡하기 때문이다. 기간-프리미엄의 (-)권 행보는 경기 선행 지표 중 하나인 장단기 금리 차 축소 요인이 되기도 해 실제 경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그래프2. 미국 10년 국채 금리 기간-프리미엄 추이
자료: Thomson Reuters, 신한금융투자
둘째는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침체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Fed가 생각하는 적정 자산이 있을테고 이를 기준으로 총자산 수준을 경기 호황과 침체 국면에서 적절하게 조절할 것이다. 2009년 하반기 이후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장 기간은 역대 두 번째로 길다. 현재 직전 호황 국면의 끝에서 현재까지 기간은 2017년 9월 현재 117개월째다. 1991년 이후 시작된 호황 때의 128개월 대비 11개월 모자라다. 침체에서 호황으로 전환 이후의 기간은 현재 99개월로 1991년 때의 120개월이나 1961년 때의 106개월보다는 다소 모자라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법이지만 과거 기록을 깬다고 해도 이제 1~2년쯤 후에 올지도 모를 침체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그래프3. 미국 직전 호황 마지막 날부터 현재까지 지난 개월 수
자료: NBER
Fed의 자산 축소 이유는 알았으니 향후 미칠 영향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주식 분석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주식에 미칠 영향 중심으로 생각해보겠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다.
긍정적인 면은 Fed가 경기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 효과다. 이번에 1.7조달러 규모의 자산 축소가 실제 유동성 회수라기보다는 Fed 내 쌓여있는 상업은행들의 초과 지준금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Fed 내 초과 지준금은 Fed 총자산의 50% 이상이다. 세 차례 QE(양적완화)를 통해 풀려난 자금 중 절반 만이 시중으로 흘러가고 절반은 Fed 내 잠겨 있다. 만기증권 재투자 축소를 자산 축소에 나서도 초과 지준금이 감소해 유동성 회수 분을 상쇄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숫자로 예를 들면 10월에 자산을 100억 달러 줄이면 이 중 절반은 어차피 초과 지준금에서 회수되는 것이기에 실제 축소는 50억 달러에 불과할 수 있다. 미국 채권 시장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다. 미미한 자금 회수 대비 신호 효과가 더 크다면 중장기적인 위험 자산 선호 심리는 더 가중될 수 있다. 여기에 Fed 자산 축소로 기대되는 장기 금리 상승을 통한 장단기 금리 차 확대는 경기에 대한 확신을 더욱 짙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면은 Fed의 자산 축소가 매우 이례적인 이벤트라는 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이번처럼 추세적인 자산 감소는 한 번도 없었다. 투자자 대부분이 경험해보지 못한 이벤트라는 사실이다. 그나마 이번 자산 축소와 비견되는 때는 1937년이다. 당시 Fed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펼쳤던 완화적 통화 정책을 긴축으로 돌려세웠다. 그 일환으로 본원 통화 축소까지 행해졌다. 그리고 미국은 더블 딥(연이은 경기 침체)을 맞이했고 주가는 고점 대비 30~40% 하락한 바 있다. 당시를 경험한 사람은 없지만 데이터는 존재한다. 이것이 결국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자산 축소에 대해 거북함을 표시했던 이유고 많은 투자자들이 실제 자산 축소가 결정됐을 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이유다.
그래프4. Fed의 본원통화 추이와 S&P 500 추이(1928~1939년)
자료: Fred, Yale, 신한금융투자
불안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이 신흥 증시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의 기간 프리미엄 상승과 장단기 금리 차 확대는 경기 개선의 의미를 띄는 경우가 많다. 걱정되는 점은 미국의 기간 프리미엄이 신흥 증시의 PER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신흥 증시의 E/P에서 선진 증시의 E/P를 차감한 수치가 미국 기간 프리미엄과 동행한다. E/P는 PER(주가 수익 비율)의 역수 개념이다. 신흥 증시 E/P에서 선진 증시 E/P를 차감한 수치가 상승하면 신흥 증시의 상대 부진, 하락하면 선진 증시의 상대 부진을 뜻한다. 즉 미국 기간 프리미엄이 올라가면 신흥 증시의 상대 E/P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로 선진 증시가 신흥 증시 대비 낫다는 의미다. 신흥국에 속한 한국 입장으로서는 다소 불편할 이슈다.
또 하나의 걱정은 과거 Fed가 자산 축소(여기서는 정확하게 본원 통화 축소)를 행했을 때 주식 시장이 대체로 부진했다는 사실이다. 1919년 이후 Fed가 본원 통화를 축소한 6번의 사례에서 보면 축소 전후 주식 변동성이 확대된 경우가 많았다. 대체로는 변동성 확대는 안 좋은 결과를 의미한다.
그래프5. 미국 10년 국채 기간 프리미엄과 신흥 증시의 상대 E/P
자료: Thomson Reuters, 신한금융투자
두 개의 허리케인이 Fed의 통화 정책 정상화를 늦춰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으나 9월 FOMC는 생각보다 매파적일 가능성이 높다. 자산 축소를 결정하고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후퇴하진 않을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 봐야할 점은 주식은 대체로 올라가는 성향이 강하고(인플레 때문이다) 보통 이런 변동성 확대 국면은 주식 비중 확대 기회였다는 사실이다. 주식이 조정 없이 상승할 수도 있지만 만약 이번 Fed의 결정으로 주식 시장의 하락이 따른다면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는데 주식을 한 번 사볼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곁들여 본다. 앞서도 밝혔지만 주식 시장에 매여 있는 몸이니…주식이 좋아야만 한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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