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크 7등급, 나이스 6등급인데 카카오 비상금 대출 될까요?”
최근 대출상담 관련 온라인 카페에 20대들이 심심찮게 올리는 질문이다. ‘올크’는 올크레딧(코리아크레딧뷰로)을, ‘나이스’는 나이스평가정보를 지칭하는 말로 개인 신용등급을 평가해 산정하는 신용평가회사다. 신용등급 1~8등급을 대상으로 50만~300만원 한도 소액 마이너스 통장을 내어준다는 카카오뱅크의 비상금대출 등에 관심이 쏠리면서 대출한도 조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7일 출범 한달을 맞은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계좌 수가 307만개에 이르고 대출 규모(실행액 기준)도 1조4090억원에 이른다. 온라인 대출심사엔 접속이 폭주해 낮 시간대엔 쉽사리 접근이 안 되는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쪽은 “현재 ‘나의 한도 조회하기’ 트래픽이 신용평가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신평사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당분간 해결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비상금대출 정말 8등급도 되나요?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은 2금융권이나 3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상품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중·저신용자에게 1금융권 상품을 타진이라도 해볼 기회를 열어주면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플랫폼의 친숙성과 접근성이 워낙 높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통상 은행이 판매하는 무담보 신용대출은 정부가 위탁한 정책금융 상품을 빼곤 5등급 밑으로 떨어져선 받기 어렵다. 게다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겨냥한 대출광고가 주로 ‘무담보·무서류·무방문’을 표방하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이런 특성을 고스란히 갖췄다. 접속 폭주에 따른 최근 시스템 지연 사태가 아니라면 신용조회를 통해 대출승인 여부를 곧바로 알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코리아크레딧뷰로 쪽은 “예전엔 특정 금융권에 대한 대출승인 여부를 알아보는 신용조회만으로도 신용점수가 떨어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신용조회만으론 신용점수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대출 실태는 어떨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자료를 보면, 카카오뱅크의 영업 개시 이후 8일간(7월27일~8월3일) 대출건수를 일별로 봤을 때 신용등급 1~2등급 비중은 32%, 3~4등급은 28%, 5~6등급은 35%, 7등급 이하는 5%였다. 평소 은행 이용이 어려웠을 게 분명한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100명 중에 5명꼴밖에 안 된다.
대출액으로 보면 비중은 더 미미해진다. 1~2등급 64%, 3~4등급 26%, 5~6등급 9%, 7등급 이하 1% 수준이다. 또 은행연합회 7월 중 대출금리 공시를 보면, 카카오뱅크는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의 보증서 없이 내어준 마이너스 대출의 경우 7~8등급에 대해 평균 7.5%의 금리를 적용했는데 7~8% 금리 구간에 대해 내어준 대출액 비중은 0.2%에 그쳤다. 4% 미만 금리로 내어준 대출액이 94.6%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가 4% 미만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1~4등급 정도다. 결국 은행 문턱의 경계선에 있는 5~6등급 중신용자는 소액이나마 마이너스 대출 기회를 타진해볼 만한 기회가 생긴 것이고,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겐 비상금대출도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좁은 문에 가깝다.
쉬워도 너무 쉬운 대출 문제없나?
통상 별다른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은 신용등급 4등급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월급이체, 대출 실행과 상환, 카드 사용 등 경제활동과 관련된 금융거래 이력이 쌓이면서 신용등급이 올라가거나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이 ‘19세 이상’ ‘무담보·무서류·무방문’ ‘1금융권’ ‘1~8등급 포괄’의 카피를 달고 등장하면서, 극대화한 대출 접근성과 편의가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상금대출의 경우 대출신청부터 승인까지 평균 소요시간 60초를 내걸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 대출에선 사회적 통념상 경제활동의 중심 연령대가 아닌 20대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다. 박용진 의원 자료를 보면,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8영업일 동안 19세 이상~20대 이하의 비중이 대출 건수로는 18%, 대출액수 비중으론 5%에 이른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비상금대출 같은 소액 마이너스대출을 받았을 것이란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신용등급은 자신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회사와 금리를 정하는 토대가 된다. 은행들은 통상 코리아크레딧뷰로나 나이스평가정보 같은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산정정보를 토대로 내부 금융거래 이력 등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고객의 신용등급을 산정한다. 보통 금융회사에서 5만원 이상의 돈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연체정보가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되고, 금액이 50만원 이상일 경우 이 연체정보는 모든 금융회사에 공유된다. 연체한 원리금을 갚아버릴 경우 공유되던 연체정보가 해제되지만, 사안별로 최대 1년까지 이 기록이 보존된다. 또 신용평가회사에선 이런 연체정보의 해제 여부와 상관없이 5년간 해당 개인의 신용평가에 이 정보를 활용한다. 이에 더해 각 은행은 신용정보원에 등록되진 않았어도 자행 거래 과정에서의 소액·단기 연체기록들을 추가로 활용해 신용등급을 산정한다.
이처럼 경제활동에 중요한 자산인 신용등급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계층과 연령대에 대한 대출 접근성·편의성 제고는 되레 나중에 ‘해악’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기엔 ‘빚 권하는 사회’ ‘손쉬운 대출 관행’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대출 접근이 쉽고 친절해진다 한들, 연체 이후에 겪어야 할 불이익과 추심의 고통이 더 적어지거나 덜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서 대부업계가 시장 점유율을 손쉽게 높인 것은 텔레비전 광고를 통한 친숙성·접근성 높이기도 크게 작용했다. 이에 따라 처음엔 청소년 시청 시간대에 방영금지 등으로 시작했던 텔레비전 광고 규제가 최근 전면금지를 검토하는 쪽으로 되레 돌아서는 실정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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