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대출규제가 강화됐지만 새 규제 시행 전에 주택 매매계약을 맺은 실수요자들은 종전 대출한도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모두 40%로 강화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보호 조처를 추가로 강구한 것이다.
4일 금융위원회는 “미처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하지 못했더라도 무주택자이면서 8·2 대책 시행 전에 주택 매매 계약금을 냈다면, 기존 한도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주택자는 ‘선의의 실수요자’로 간주하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계약금을 이미 납입한 사실만 증명할 수 있으면, 강화된 대출규제 대신 종전대로 엘티브이 60~70%, 디티아이 50%를 적용받는다. 금융위가 전날 고시한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보면, 대책 시행 전에 집을 계약하고 잔금은 나중에 치르기로 한 경우, 이미 은행에 대출 신청접수를 마쳐야 종전 대출한도를 적용받도록 했는데 그 범위를 좀더 넓혀준 셈이다.
앞서 금융위는 부부 합산 연소득 6천만원(생애 최초 구입 7천만원) 이하와 무주택 세대, 집값 6억원 이하 등의 요건을 갖추면 서민·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엘티브이와 디티아이를 각각 50%로 완화해주기로 한 바 있다. 6·19 대책 발표 때 지정된 조정대상지역의 서민·실수요자 기준 가운데 주택 가격(5억원 이하)만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 계약 시점과 잔금 지급일 사이에 이번 대책이 발표돼 대출에 영향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7월 말~8월 초는 이사철이 아닌데다, 이미 강력한 대책이 예고돼 있어서 실제 피해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주택 구입 목적 외에 질병 치료 등 긴급자금이 필요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에 대해서도 10%포인트씩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기존 물건에 대한 대출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엘티브이·디티아이 40% 한도 내에서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이번 대책이 실수요자에 대해서도 피해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제기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담보대출을 많이 받는 게 결코 실소유자에게 유리한 게 아니다. 상환 능력을 제대로 따지지 않으면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전날 이번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의 신규 대출자 8만6천명의 대출액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지난해 국민은행 통계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추정치일 뿐이어서, 실수요자가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보완 대책이 강구되는 한편 투기가 의심되는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등 강도 높은 후속 조처가 뒤따를 전망이다. 국세청은 다주택자와 재건축 아파트 매수자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국세청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중복 지정된 서울 강남4구와 세종시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1차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투기가 의심되는 다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조사 대상 범위와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주 중 구체적인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달 13일부터 관계기관 합동 현장점검반을 구성해 시장 조사를 벌여왔다.
이춘재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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