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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트럼프 랠리에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할까

등록 2017-03-06 11:38수정 2017-03-06 17:02

Weconomy | 곽현수의 차 한 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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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S&P500 지수가 지난 1일 2400pt를 장중 한때 돌파하며 트럼프 랠리의 ‘정점’을 보여줬다. 옐런 의장의 3월 금리 인상 시사에도 트럼프 랠리는 지속되며 S&P500 지수가 주간 기준 6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 랠리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두 가지다. ① 트럼프 랠리가 이례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분석과 ② 트럼프 랠리의 원인 규명이다. 우선 트럼프 랠리의 특수성 또는 특별함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S&P500 지수는 14.3% 상승했다. 취임 이후 4.9% 상승했다. 취임 이후에도 식지 않는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불과 17주간 14%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단 건 놀랍다. 2013년 연초 QE3(양적완화) 효과로 급등했던 때 이후 동 기간 가장 높은 상승세다.

이제부터 살펴보고자 하는 바는 이 현상이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 및 취임(재임 포함) 전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왜 이번 트럼프 랠리가 특수적이라기보다 보편적인 현상인지를 알 수 있다. 1964년 이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전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선거 전후부터 3~4개월간 5~10%의 상승세를 보여왔음을 알 수 있다. 2001년과 2009년에는 IT 버블 붕괴와 리먼 사태라는 큰 악재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주가 추이의 평균과 중앙값을 보면 트럼프 랠리보다는 다소 높이가 낮지만 상당한 상승세를 시현했다.

그림 1. 1964년 이후(2001년과 2009년 제외) 미국 대통령 선거 전후 S&P500 주가 추이
자료 톰슨 로이터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주가 상승 현상을 흔히 허니문 랠리로 부른다. 차기 정권의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러한 현상의 주동력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바로 이제부터다. 대통령 선거 이후 17~18주, 월로 치면 3~4월에 접어들면 허니문 랠리가 약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의 잡음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새해가 되면 각자 올해 소망이나 이루고자 하는 바를 마음속에 새긴다. 거기에는 희망에 가득 찬 포부와 열정이 넘쳐난다. 최근에는 버킷 리스트로 불리기도 하는 새해 소망 목록은 한 해의 시작을 밝게 해주고 힘차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마음과 몸을 붕붕 떠다니게 해준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다른 결과이겠지만 나 같은 범부들은 대체로 시간이 흐를수록 버킷 리스트가 점차 실현 불가능했던 너무 높았던 이상임을 깨닫는다. 붕붕 떠 있던 마음과 몸은 다시 현실 세계로 나락처럼 떨어진다. 허니문 랠리도 바로 이러한 되풀이되는 우리들의 새해 모습과 비슷하다.

새 대통령과 새 내각, 즉 새 행정부는 취임 전후 본인들의 버킷 리스트를 대중들에게 알린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상과 희망으로 가득 찬 말은 허니문 기간에는 달콤하기 그지없고 당장 눈앞에 가시화될 현실처럼 인식된다. 허니문 랠리의 근원이다. 17~18주, 3~4월이 되면 이제 이 버킷 리스트를 가지고 의회에 검사를 맡아야 한다. 꿈과 이상이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다. 버킷 리스트의 상당 부분은 정치적 타협과 예산 제약이라는 명분으로 난도질당한다. 주식 투자자들은 현실적 제약에 굴복당하는 꿈과 희망을 보며 주식 기대 수익률을 낮춰 잡는다. 이 과정에서 허니문 랠리는 종료되고 주식은 기간 조정(10% 미만의 조정)을 겪게 된다. 이번 트럼프 랠리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랠리의 본질은 허니문 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례적이라기보다 매번 되풀이되는 현상이고 다만 예전보다 결과물인 주가 상승률이 높았을 뿐이다. 이제 풀어볼 부분은 그래도 예년보다는 더 높았던 상승 폭에 대한 원인이다. 주가가 쉬고 난 이후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랠리가 허니문 효과에 더해 다른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뭔가를 가지고 있진 않았을까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트럼프 랠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됐던 부분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책의 핵심은 규제 완화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다. 도드-프랭크 법 재검토와 세율 인하가 규제 완화의 핵심이다. 도드-프랭크 법 재검토는 은행권에 가해진 쇠사슬을 풀어주겠다는 의미로 은행권의 투자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더불어 Fed(미국 중앙은행)가 올해는 금리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미국 은행들은 금상첨화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4개월간 미국 금융주가 트럼프 랠리의 주도주 역할을 해온 이유다. 도드-프랭크 법 재검토와 일부 법안의 수정 또는 폐지는 공화당의 생각과도 일치해 은행 규제 완화는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 세율 인하 역시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의 작은 정부 노선과 일맥상통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BofA 등 대형 IB(투자은행)들은 세율 인하, 더 직접적으로는 법인세 인하 효과로 S&P500 기업들의 EPS(주당순이익)가 5~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수 개월간 S&P500 지수가 10% 이상 상승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EPS 증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부분이 추가로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EPS 증대 효과가 S&P500 지수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S&P500 지수의 현재 PER(주가수익비율,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또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12개월 예상 순이익 또는 주당순이익을 활용)은 18배다. PER이 높을수록 주가는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고 낮을수록 저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높고 낮음의 기준은 명확지 않으나 보통 과거 평균 대비 수준으로 가늠한다. 1987년 이후 30년간 PER 평균은 15.3배다. 2.7배 이상 높다. 주식이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고려할 점은 법인세 인하 효과다. BofA의 주장을 받아들여 7% 내외의 EPS 증대 효과가 있다고 가정하면 PER은 16.8배로 낮아진다. 1.2배 하락 효과가 있다. 16.8배의 PER도 낮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에 따른 주가 상승을 더 기대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한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이제 PER 상승이 아닌 EPS의 증가가 필요해 보인다. 트럼프의 인프라 정책이 지수 추가 상승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인 이유다.

그림 2. S&P500의 PER 추이와 법인세 인하 효과를 감안한 PER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법인세 인하는 EPS를 레벨-업 시키는 변수다. 그 효과는 일거에 반영된다. 지금처럼 말이다. 달리 표현하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 법인세 인하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EPS의 증가가 중요하다. 트럼프의 인프라 정책은 EPS 증가율 변화에 왜 중요한 변수일까. 인프라 투자는 민관 합동 프로젝트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넉넉하지 못한 재정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인프라 투자에 있어 민간 기업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와 기업의 투자 경기는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행정부가 주도해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형태의 인프라 투자 정책은 기업들의 투자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누가 주도하든 기업 투자 확대는 EPS 증가율의 기울기를 위쪽으로 변화시키는 가장 확고한 원천이다.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비국방 자본재 주문(변동성이 심한 항공 부문 제외)은 기업 투자 관련 대표 실물 지표다. 주목할 부분은 비국방 자본재 주문의 증가율이 S&P500 지수의 EPS 증가율과 동행한다는 사실이다. 둘 간 1994년 이후 상관계수는 0.92에 달한다. 최근 10년 동안에는 0.96으로 올라갔다. 투자 증가가 미래 이익에 대한 확신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인프라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민간 기업의 투자를 자극해 기업의 미래 이익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기 때문이다. 골치 아픈 사실은 트럼프의 이 정책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그림 3. 미국 비국방 자본재 주문과 S&P500 EPS 증가율 추이
* 3개월 이동평균값의 전년 대비 증가율, 자료 : 톰슨 로이터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트럼프는 10년간 1조달러의 인프라 정책 집행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미국 내 다수당인 공화당이 추구하는 작은 정부 노선과 방향이 어긋난다는 데 있다.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에 있어 민간 기업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관련 법 개정을 의회에 요청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 지출의 마중물 효과(우물의 물을 퍼 올리기 위해 물 한 바가지를 부어주는 것처럼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을 먼저 늘리면 승수 효과를 통해 투자 확대가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는 뜻)를 감안해도 민간 기업의 수천 억달러 인프라 투자가 과연 유발될 수 있을지 여부다. 저금리, 저성장 과정이 굳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출이 아닌 소극적 지출을 통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3월 15일 예정된 채무 한도 협상 결과에 따라 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쓸 수 있는 지출 규모도 제한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트럼프 행정부가 충족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트럼프의 버킷 리스트 1번인 인프라 투자가 꼭 잘 이뤄지길 바라지만 녹록하지는 않다.

폴 크루그먼이 지적하듯 트럼프가 추진하는 인프라 정책은 어쩌면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당장 S&P500 지수의 EPS가 가파른 기울기로 증가해 지수가 추가로 올라가길 바라기보다 차분하게 예산안 처리 과정과 정책 집행 의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금 미국 주식을 담을 때는 아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인프라 정책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을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 증시에 있어 3월과 4월은 정책의 확인과 검증 기간이 될 듯하다. 추가 상승 여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두 달을 어떻게 잘 보내는지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지금은 쉬어갈 때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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