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전격 압수수색] 당시 김씨 역할 의혹…연루 드러날 경우 파장 클듯
실력자 배후설…매각 주도 ‘이헌재 사단’ 이 목표?
실력자 배후설…매각 주도 ‘이헌재 사단’ 이 목표?
검찰의 창끝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의 핵심을 건드릴 수 있을까? 30일 검찰의 론스타코리아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으로 그동안 정치권·시민단체·금융계가 제기해 온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관련된 일부 인사들에 대해 이미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고 밝혀, 이번 조사가 단순히 몇몇 론스타코리아 임원들의 탈세·외화 불법반출 혐의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차·우리은행과의 불법 로비 혐의로 구속된 김재록씨가 최근 검찰 수사의 한가운데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권 ‘마당발’로 통하는 김씨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개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론스타 압수수색이 김재록씨와 직접 관련은 없다”면서도 김씨의 외환은행 매각건 개입 여부를 “아울러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과정에서 김씨가 어떤 구실을 했는지 드러날 경우, 금융계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와 금융권의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당시 외환은행 매각과정에 줄줄이 엮여있어 관계·금융계에 태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은 지난해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김진표 당시 재정경제부장관(현 교육부총리), 김석동 당시 감독정책1국장(현 재경부 차관보),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 관료와 은행 임원 20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본격화됐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도 지난 2월 문서검증을 통해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헐값매각의 핵심은 정부·금감위·금감원 고위 관료들이 외환은행 임원, 론스타 등과 짜고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6%로 낮춰 부실은행으로 둔갑시킨 뒤, 대주주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론스타펀드에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시로서는 외환은행의 부실정도가 심각했으며, 다른 투자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론스타에 넘긴 것”이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부실 정도가 조작됐으며 이는 일부 정부 관료와 론스타의 사전 밀약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재록씨가 중요한 다리 구실을 했을 것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씨는 미국계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일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금융회사와 대기업의 인수·합병에 관여해 왔다. 또 최근까지 컨설팅업체인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로 활동했던 김씨는 금융권의 막강 실세 그룹인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핵심인물로 금융권 안팎에서 각종 인사청탁·사업계약·컨설팅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외환 매각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재경부 출신 ㅂ씨, ㄱ씨, 금감위 출신 ㅇ씨, ㅈ씨, 또다른 ㅇ씨 등이 모두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 퇴임 후 고문으로 일한 법률회사 김앤장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법률회사 김앤장은 론스타의 법률고문 업체이기도 하다. “이헌재 사단의 인사과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김씨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이헌재 사단’에 속하는 정·관계·금융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을 것이란 추측은 여기서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김씨가 이헌재 전 장관에게 시중은행장을 여럿 추천했으며, 추천한 후보 중 일부는 실제 은행장에 올랐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제기하는 한 금융권 인사는 “론스타와 정부·금감위·금감원 쪽에 동시에 발을 담고 있는 실력자가 아니면 외환은행을 투기펀드인 론스타에 그처럼 신속히 매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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