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은행에 붙어 있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달 한 달간 국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7천억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처가 당장 분위기를 바꾸는 데엔 실패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특례보금자리론 접수를 일부 중단하는 등 추가 방안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증가세가 더 가라앉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파트 거래량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주담대 증가폭이 크게 축소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발표를 보면, 지난 9월 한 달간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2조4천억원 늘었다. 지난 8월(6조2천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4월 증가세로 전환한 바 있다. 그 후로 매달 증가폭이 확대돼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증가세가 느려졌다.
이는 일시적으로 신용대출 잔액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은 3조3천억원 줄면서 8월(5천억원)에 비해 감소폭이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들이 추석 상여금으로 빚을 갚고 금융회사들도 분기 말을 앞두고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상각하는 등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의미다.
특히 주담대 증가세가 크게 누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지난달 증가폭은 5조7천억원으로 8월(6조6천억원)보다 작지만 7월(5조6천억원)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상으로 정책모기지 증가액이 2조7천억원에서 2조1천억원으로 축소된 영향이 컸다. 이는 특례보금자리론이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올해 3월 이래로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반면 은행권의 일반 개별 주담대 증가폭은 8월 4조1천억원에서 9월 3조6천억원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6월(3조7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세로, 추석 연휴 탓에 영업일이 줄어든 영향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담대는 당분간 유의미한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탓이다. 지난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7천호로 6월(3만6천호)이나 7월(3만4천호)보다 많았다. 수도권만 놓고 봐도 8월 1만6천호로 7월(1만5천호)보다 소폭 늘었다. 주택 거래량은 집계 후 2∼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앞서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조처가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단 특례보금자리론 일부 공급 중단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와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소득 요건이 없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의 접수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 대상을 청년 중심으로 좁히기로 한 방침도 이달 이후로 본격 효과를 낼 전망이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한도를 기존보다 제한하는 조처도 연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로, 디에스알을 계산할 때 1%포인트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연소득이 5천만원인 소비자의 변동금리 대출 디에스알 한도는 30년 만기 기준으로 3억3천만원에서 2억9천만원으로 줄어든다.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가능하면 연내 시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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