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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가계부채 어쩌나…9월 은행 대출금리 급상승, 최고 연 7% 돌파

등록 2023-09-24 16:36수정 2023-09-24 22:20

5대 시중은행 담보·신용, 고정·변동 모두 상승
한 시중은행의 대출상담 창구 앞을 지나가는 시민. 연합뉴스
한 시중은행의 대출상담 창구 앞을 지나가는 시민. 연합뉴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장단기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연 7%선을 넘어섰다.

24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금융상품 안내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달 말 기준 연 3.38~6.25%이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금리가 22일 현재 연 3.9~6.469%로 상승했다. 금리 상단이 불과 20여일 만에 0.7%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에 연동되는 혼합형 주담대는 5년 고정금리 적용 뒤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대출이다.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8월 말 연 4.38%(AA- 등급 기준)에서 22일 현재 4.55%로, 0.17%포인트(3.9%) 올라 주담대 금리도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코픽스(K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지표금리로 활용하는 변동형 대출은 연 4.27~7.099%로, 20여일 만에 상단이 0.13%포인트 상승폭을 기록했다. 은행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최고 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상단 7.603%) 이후 9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1년 만기 신용대출 금리(1등급)도 22일 현재 연 4.56~6.56%로, 8월 말보다 상하단 모두 0.14%포인트씩 상승했다.

은행연합회가 이달 15일 기준으로 산정한 코픽스는 3.66%로, 지난달과 비교해 0.03%포인트 하락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변동형 대출 금리의 상단을 높인 것은 9월 들어 자금 조달 비용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픽스에 반영되는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는 8월 말 3.69%에서 22일 현재 3.83%로, 0.14%포인트(3.8%) 상승하며 올해 1월13일(3.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들끼리 단기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코리보(3개월물)’도 3.83%로, 올해 1월6일에 기록한 연중 최고치(3.85%)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10월 이후에도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때 몰려든 고금리 예·적금의 만기가 내년 1월까지 집중적으로 돌아옴에 따라 수신 금리를 올려 붙잡아야하는 형편인데다,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장단기 자금조달 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만기 구분없이 은행 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추세인데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질 않고 있다. 21일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원으로, 8월 말보다 1조6419억원 증가했다.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1조5912억원 증가에 이어, 9월 들어선 20여일 만에 전달보다 증가폭이 더 커졌다.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져 국내 은행창구의 높은 금리 수준도 장기화할 거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은행 빚을 진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조짐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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