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최근 5대 은행에서 보름 새 가계대출이 8천억원 넘게 불어났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우려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4일 기준 681조6216억원으로, 지난달 말(680조8120억원)과 견줘 보름 사이 8096억원 늘었다. 이 추세가 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9월에도 월별 가계대출 증감이 ‘증가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다.
가계대출은 증가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월별 증가 폭은 지난 5월 1431억원에서 6월 6332억원, 7월 9755억원, 8월 1조5912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달 들어서는 보름 만에 지난달 증가 폭의 절반을 웃도는 8096억원이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증가세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이달 14일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15조6173억원으로 지난달 말(514조9997억원)보다 6176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은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도 이날 기준 5조9701억원으로 지난달 말(4조2945억원)보다 1조6756억원 증가했다. 당국은 지난 13일 부랴부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주담대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하는 조처를 내놓은 상태다.
2년 가까이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도 증가세로 전환할 조짐이다. 이달 14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7616억원으로 지난달 말(108조4171억원)보다 3445억원 늘었다. 만약 월 말까지 증가세가 이어지면 2021년 11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월별 기준으로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증가세 전환은 대출로 마련한 자금들이 자산시장으로 이동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담대 수요가 식지 않는 가운데 신용대출마저 꿈틀거리며 관계 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지난해 완화되기 시작했던 금융불균형 정도가 최근 누증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정책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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