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에서 20% 가까이 올랐다. 상승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코스피가 하락을 끝내고 반등할 때 투자자들이 가장 믿을 수 있는 회사로 몰리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바닥에 도달할 즈음 시장 불안은 가장 커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대상이 삼성전자다. 지난해 두 번의 반등도 똑같은 형태로 이뤄졌다.
두 번째는 외국인 매수다. 지난달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2조3천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전체 외국인 매수의 36.1%에 달하는 금액이며, 삼성전자 하루 거래대금의 11.7%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정도 규모로 돈이 몰리면 기업 상황과 관계없이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다. 시장에서는 최근 반도체 경기 둔화의 원인을 과잉재고에서 찾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수요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반도체 생산을 늘렸다가 반대로 수요가 줄어 낭패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조만간 재고를 줄이기 위한 감산에 착수할 것이고, 시장은 그러면 사정이 나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인 때문에 오르는 것이라면 계속 이어지기 힘들다. 상승이 삼성전자로부터 시작됐지만, 주가가 오를수록 삼성전자의 가격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종목으로 매수가 옮겨갈 수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오르지 못하는 동안 다른 대형주가 오르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미 그 단계에 들어갔다. 외국인 매수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똑같은 금액의 순매수가 이루어져도 주가가 낮을 때와 높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주가가 높아지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주식의 양이 줄어들고, 외국인 매수에 맞서 매도하려는 쪽의 힘이 강해져 주가가 오르지 못하게 된다.
다만,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면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재고 축소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올랐지만, 상승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실제 업황 개선이 있어야 한다. 감산을 통한 공급 조절은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뿐 큰 폭의 이익 증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이익이 크게 늘려면 공급 축소와 함께 수요 증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반도체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많은 오류를 범해왔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사상 최장기 반도체 호황에 들어섰다고 얘기했지만, 결과는 수요 부족에 의한 경기 침체였다. 지난해 초 전문가들은 지난해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5% 정도 줄어들 걸로 전망했지만, 지난해 4분기 이익은 90% 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7월과 10월에 주가가 오를 때 올해 1분기에 반도체 경기가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 주장했지만, 주가가 하락하자 그런 주장들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다시 반도체 경기 회복을 얘기하고 있다. 이번에는 전망이 맞았으면 한다. 우리 주식시장이 다시 올라가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주식의 상승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