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등 주요 사업에서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2천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97%나 급감했다. 실적 악화는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302조2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09%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3조3766억원으로 15.99% 감소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95%나 줄었다. 불과 한달 전 6조원 이상의 시장전망치(에프앤(FN)가이드)에 견주면 30% 가까이 낮다.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에 그친 건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호황으로 최대 실적을 갱신했지만, 하반기엔 수요 부진과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완성품 판매 부진 등으로 급전직하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해온 반도체 부문(DS)의 실적 부진 여파가 가장 컸다.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0조700억원, 영업이익은 2700억원에 그치며 겨우 적자를 면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적자를 기록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주요 고객사 제품의 판매 확대로 분기·연간 기준 모두 최대 매출을 이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11월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5565억달러)가 지난해보다 4.1% 줄어들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7.0% 축소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1분기에 영업적자 2조4770억원(엔에이치(NH)투자증권)을 기록하는 등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기 적자를 낸다면 14년 만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감산’ 대신 ‘투자 유지’를 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첨단 공정과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미래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시장과 기술 리더십을 더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외 반도체 생산 거점의 추가 확보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내외를 망라한 신규 생산거점 확보에 대해 다양한 조건과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러 사항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생산라인 효율화와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기술적 감산’은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가전사업(DX)은 지난해 4분기 42조7100억원 매출과 1조64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견줘 각각 8%, 69% 줄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은 영업이익 1조7천억원으로 36%가 줄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축소는 물론 중·저가 시장의 수요 약세 영향이다. 영상디스플레이와 가전사업 부문은 6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티브이는 연말 성수기 프리미엄 제품 판매로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 반면, 생활가전 사업은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자회사들은 ‘효자’ 노릇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의 매출은 각각 9조3100억원, 3조9400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조8200억원, 3700억원이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딱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한편 시장의 감산 기대감이 깨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3.63% 급락(종가 6만1000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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