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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최악 빙하기’ K-반도체…‘사실상 감산’ 돌파구 될까

등록 2023-02-04 08:00수정 2023-02-04 10:19

[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배당으로 본 반도체산업 위기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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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개최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9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주주들은 내년 초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어야 할 판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초 10조7000억원의 특별배당을 집행한 적이 있다. 이 회사의 잉여현금흐름과 특별배당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3년 단위의 배당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회사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해마다 9조6000억원의 배당을 주겠다”고 공시했다. 2017년 4조8000억원 배당에 비하면 두배 증가한 숫자였다. 그러면서 “3년 동안 창출한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정하되, 배당을 집행한 뒤 잔여 재원이 생기면 추가배당 또는 자사주(자기주식) 매입 소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쪼그라뜨린 특별배당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3년 동안 삼성전자가 해마다 10억원씩, 총 30억원을 배당했다 해보자. 이 회사가 3년 동안 창출한 잉여현금흐름은 80억원으로 결산됐다. 이 80억원의 50%인 40억원이 주주환원 재원인데 실제 집행된 배당금은 30억원밖에 안 된다. 따라서 차액 10억원을 특별배당 형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가 2020년 결산을 하면서 이전 3개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을 계산해보니 10조7000억원의 추가배당 재원이 산출됐고, 2021년 초 이를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2022∼2024년 3년 배당정책에서 회사는 연 배당을 9조8000억원으로 소폭 증가시켰다. 잉여현금흐름의 50% 특별배당 정책은 그대로 유지했다. 3년 동안 총 배당예정액은 29조4000억원이다. 총 잉여현금흐름은 적어도 그 두배인 58조8000억원은 넘어야 특별배당이 가능해진다. 의미 있는 수준의 배당을 기대한다면 훨씬 초과해야 한다.

2021년 잉여현금흐름은 19조6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2022년 숫자는 9조8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도체 판매가격 급락으로 회사 전체 실적이 나빠지다 보니 잉여현금흐름도 쪼그라들었다. 그렇다면 올해 적어도 29조4000억원보다는 훨씬 많은 잉여현금흐름을 달성해야 내년 초 특별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도체 디(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내내 하락세였다. 특히 3분기 20% 하락에 이어 4분기 30%대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와 지난해 동기에 견주어 60%대 하락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사업(DS부문)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23.6%, 96.9%나 줄었다. 반도체 영업이익(2700억원)은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는데, 시장 전문가들은 그나마 메모리 적자를 파운드리가 메워준 결과로 추정했다. 모두의 관심사로 떠오른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보수적 전망을 내놓았다. 반도체 업계와 유통시장의 재고 수준을 고려하면 상반기 저점을 통과한 뒤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판매가격 하락세가 지속되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메모리 판매가격 하락의 영향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실적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1조7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회사가 밝힌 재고자산평가손실만 6000억∼7000억원에 달했다.

필자가 지난해 1분기∼3분기 분기별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추정해보니 각각 720억원, 500억원, 2340억원이었다. 누적으로 3560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4분기 한 분기에만 6000억원이 넘었다. 평가손실은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막대한 재고자산평가손실 발생은 실제 판매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해 4분기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은 1조2000억원이다. 전 분기 3조7000억원이나 지난해 동기 5조9000억원에 견주어 대폭 감소했다.

이 회사 역시 3개년 단위로 배당정책을 발표한다. 배당에 미치는 잉여현금흐름의 영향이 삼성전자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022~2024년에 분기별로 주당 300원씩, 연간으로 주당 총 1200원의 고정배당을 실시한다. 그리고 그해 잉여현금흐름을 산출하여 5%를 추가배당으로 분배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이 -4조23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올해 초 추가배당은 없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50% 룰과 같은 방식의 특별배당을 새로 도입했다. 2022~2024년 3년 동안 지급한 배당 총액이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2025년 초에 일괄 지급한다. 해마다 잉여현금흐름의 5%를 추가로 지급하면서, 3년마다 한번씩 누적 잉여현금흐름에 기초한 특별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올해 잉여현금흐름에 기반하여 내년 초 추가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을까. 2025년 초에 특별배당금 분배는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확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반면 에스케이하이닉스는 크게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취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잉여현금흐름을 산출한다. 투자 축소가 잉여현금흐름 창출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영업활동에 기반한 현금흐름이 충분히 창출될지가 미지수다.

반도체값 회복 언제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이미 이른바 ‘인위적 감산’을 선언하고 반도체 가격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콘퍼런스콜에서도 “웨이퍼 투입량 축소와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고 일부 공정전환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감안하면 올해 디램 생산 증가율은 역성장, 낸드 생산 증가율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감산 여부에 대해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라인 운영 최적화와 유지보수 강화, 설비투자의 연구개발 비중 강화 등에 노력하겠다”고만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활동은 생산량과 가동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감산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 의미 있는 비트(bit, 용량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명확하게 언급한 점에 비추어, 인위적 감산은 아닐지라도 기술적 감산에는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이슈분석 미디어 ‘코리아모니터’ 대표.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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