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넉 달째 감소, 무역수지 11개월 연속 적자, 월간 기준 역대 최대 무역적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내놓은 암울하기 그지없는 ‘1월 수출입 동향’에서 열쇳말은 반도체였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의 급감이 전체 수출을 끌어내리고 무역수지 방어도 어렵게 만드는 국면이다. 최대 수출 지역인 중국에 대한 수출 급감 또한 반도체 업황 부진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1월 반도체 수출 실적 60억달러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무려 44.5%(48억달러)나 줄어든 수치로, 15대 주요 품목 중 최대 폭의 감소 기록이다. 감소액은 1월 전체 수출 감소분의 52%에 해당한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전체 수출 감소로 이어졌던 셈이다. 반도체 수출 하락세는 지난해 10월(-17.4%), 11월(-29.9%), 12월(-29.1%)에도 이어졌던 터이나 올해 들어 더 가팔라졌다. 반도체 내 수출 비중이 큰 디(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영향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개당 3.41달러 수준이었던 디램 고정가는 올해 1월 1.81달러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낸드 고정가는 4.81달러에서 4.14달러로 하락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이날 1월 수출 감소세를 두고 ‘경기 둔화에 따른 주요국 수요 감소’와 함께 “반도체 가격 하락”을 주요인으로 꼽은 건 이 대목을 가리킨다.
그동안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시스템반도체 수출도 1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스템반도체 수출실적은 29억달러로 지난해 1월에 견줘 25.0% 줄었다. 지난해 10월에는 17.6%, 11월 8.3%, 12월 9.8% 늘었던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대중국 수출 감소세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째(-0.8%), 대중 무역적자 흐름이 지난해 10월 이후 넉달째(1월 39억7천만달러 적자) 이어지고 있는 것 또한 반도체 업황 부진에서 비롯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은 46.6%(1~25일 기준)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중 중국 비중은 40% 안팎(2022년 기준 40.3%)에 이를 정도로 크다. 이런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9월까지 16개월 연속 40억달러대를 유지하다가 10월 36억1천만달러로 큰 폭의 감소세(22.0%)를 보인 뒤 넉달 연속 감소해 1월(~25일)에는 20억3천만달러에 머물렀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91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4%나 줄어든 것 또한 여기서 비롯된 바 크다.
자동차 수출이 21.9% 늘어난 49억8천만달러로 역대 1월 중 최고치에 이르고, 선박 수출은 86.3% 늘어난 14억4천만달러로 2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반도체·중국에서 비롯된 전반적인 수출 감소세나 무역수지 적자를 막아내기엔 버거웠다. 반도체를 뺀 나머지 품목의 수출 감소세가 9.8%로 전체 수출 감소율(16.6%)을 크게 밑돌았던 데서도 반도체 영역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산업부는 “주요 반도체 제품의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에 대규모 에너지 수입이 맞물리면서 거액의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석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 157억9천만달러는 역대 1월 중 가장 컸던 지난해 1월(161억7천만달러)에 견줘서는 소폭 줄어든 규모이나 지난해를 포함한 최근 10년 동안의 1월 평균(102억5천만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유가 안정에 따라 원유 수입은 줄었지만, 가스·석탄 수입 규모는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흐름이었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으로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 흐름이)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어 “코로나 정책 변화로 중국의 산업생산이 살아난다면 한국 수출도 그 덕을 볼 수 있겠지만, 상반기까지는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