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으로 함영주 부회장이 선임됐다.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오전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함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가결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의 새 회장에 함영주 그룹 부회장이 선임됐다. 함 부회장이 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뒤 제기한 불복 소송에서 패소해 법률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찬성한 데 이어 다수 외국인 주주도 그의 손을 들어줬다.
하나금융은 25일 오전 정기 주총을 열어 함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비롯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 등 주요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함 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에 대한 찬성률은 60.4%로 나왔다. 이날 주총에서는 김정태 회장에게 공로금 50억원을 주는 안도 통과됐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함 부회장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도록 해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 11일 열린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장과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재임하면서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를 불완전판매한 이른바 ‘디엘에프 손실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는데 이에 불복해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 14일 패소했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1층 로비에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주주들을 맞이하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4곳은 모두 함 부회장의 이러한 ‘법률 리스크’ 등을 이유로 회장 선임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주총 전날인 24일 하나금융 지분 약 9%를 가진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수탁위원회의를 열어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안에 대해 찬성 결정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ISS가 재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진 사외이사 3명(양동훈 동국대 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이정원 전 신한디에스 사장)과 양동훈·이정원 감사위원 재선임안도 모두 통과됐다. 다만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인지 이들 3명에 대한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안건 찬성률은 50%대 후반∼60%대 초반에 그쳤다.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경실련·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공동성명을 내어 국민연금이 주총 전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함 회장 선임에 대해 찬성 결정을 한 것을 비판했다. 국민연금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무시”했고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등의 선임에 반대했던 것과 일관성도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이들 우리·신한금융 회장 선임에 대해서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열린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앞에서 금융정의연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 등 관계자들이 함영주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임 반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 신임 회장은 상고 출신의 말단 은행원에서 시작해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르게 됐다. 그는 충남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서울은행에 입사했다. 이듬해 단국대 회계학과에 입학해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했다.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된 뒤에는 하나은행에서 충청영업그룹을 이끌며 영업 실적 전국 1위의 성과를 거뒀다. 2015년 초대 통합 하나은행장에 선임됐고 2016년 3월부터 하나금융 부회장, 2019년부터 그룹의 경영지원부문 부회장을 맡아 일했다.
신임 회장이 선임되면서 지난 2012년부터 10년 동안 3차례 연임해 그룹 최고경영자를 맡아 온 김정태 회장은 이날 임기를 마쳤다.
한편, 이날 열린 케이비(KB)금융그룹 주총에서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이번까지 케이비금융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이 5차례 걸쳐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선임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우리금융그룹 주총에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비상임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됐고, 중간배당 기준일을 6월30일로 명시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도 확정됐다. 지난달 9일 우리금융이 공시한 2021년 주당 배당금은 900원(중간배당 포함)이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사 전환 뒤 처음으로 주당 150원을 중간배당한 바 있는데 앞으로 이를 정례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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