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2020년 10월27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에 조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단독 추천된 함영주 부회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에 이어 국내 의결권자문기관 4곳이 모두 함 후보의 회장 선임안에 반대 입장에 선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열리는 하나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된 함 후보의 회장 선임안에 의결권자문사들이 일제히 반대 투표를 던질 것을 기관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의결권 행사지침이 서로 다른 자문사들이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는 건 그만큼 함 후보의 적격성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함 후보의 기업가치 훼손과 행정·사법적 제재를 근거로 회장 선임안에 반대했다. 함 후보가 하나은행장과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재임한 시기에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등의 불완전판매로 그룹 전체의 평판 훼손과 금융소비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의안분석 전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함 후보가 이번 주총에서 선임되더라도 회장직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문책경고의 징계를 받은 자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함 부회장은 지난 14일 디엘에프 손실 사태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데 불복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스틴베스트도 함 후보의 사내이사 적격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회장 선임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고 한국이에스지(ESG)연구소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이번 주총에 함께 상정된 사외이사 5명과 감사위원 4명의 선임안에도 감시 의무 소홀 등의 사유로 이들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가 무더기로 쏟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제개혁연대 등 경제 관련 시민·연구기관들도 함 후보의 회장 선임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하나금융 경영진은 함 후보 추천이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불완전판매 피해자 모임과 노조 등에서 반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대안을 찾기 어려웠고 경영권 공백 등 리스크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자문사들의 의안분석을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하나금융의 지분 분포를 보면 지난해말 기준 국민연금(9.19%)이 단일주주로는 최대지분을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67.5%에 달한다. 하나금융은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해외주주들은 주가 상승 등 주주가치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의결권자문사들의 의견을 100% 따르지 않는다”며 “경영을 더 잘 하라는 격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이 이번에 퇴임하는 김정태 회장에게 50억원의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안건에 대해 의결권자문사들은 액수가 과다하고 지급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모두 반대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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