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청년층 LTV 완화’, 집값 안떨어지면 또 부유층 자녀만 혜택

등록 2021-04-15 04:59수정 2021-04-15 08:58

[정부 대출규제 완화대책 고심]

수도권 중위 아파트 사려면
대출 받아도 4억~6억 따로 있어야
대출한도 3억→5·6억으로 높이면
월상환액 150~200만원 넘어가
감당할 청년층 많지 않아
결국 해법은 집값 하향 안정화
정부가 청년층·무주택자 등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규제완화의 폭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북지역의 주택 단지 모습.
정부가 청년층·무주택자 등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규제완화의 폭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북지역의 주택 단지 모습.

정부가 가계대출 안정화와 청년층에 대한 일부 대출규제 완화 대책의 발표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애초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당정청 협의를 아직 하지 못해 발표가 또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은 애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계대출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명칭도 ‘가계대출 관리 선진화 방안’이었다. 다만, 대출규제 강화가 청년층·무주택자의 내집마련 어려움을 초래하는 만큼 일부 예외를 확대하는 ‘맞춤형 핀셋 금융지원’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 전후로 여당의 ‘예외 확대’ 요구가 거세지면서 금융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정부가 일관되게 메시지를 줬는데, 이것이 부동산 정책 후퇴 시그널을 주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되고 있는 ‘핀셋’ 대책의 핵심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 완화다. 현재 엘티브이는 투기·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의 40%, 조정대상지역은 50%인데, 무주택세대주에게는 각 10%포인트씩 우대해주고 있다. 이 우대폭을 더 확대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최장 30년인 주담대 만기를 40년까지 늘려, 동일한 월 상환액으로 초기에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집값 폭등으로 내집마련의 길이 더 멀어진 이들에게 빚을 더 내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의 큰틀을 흔들지 않으면서 청년층 등에게 배려를 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청년층에게 엘티브이를 완화해주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현재 소득은 적으나 미래 예상소득이 많을 수밖에 없는 청년층에게 중장년층과 비슷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한 규제였다. 주요국도 30년 모기지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에서는 엘티브이 80%가 표준이다. 그러나 우리는 집값을 잡겠다며 40~50%까지 낮췄다. 무주택세대주에게 10%포인트 우대를 해준다고 해도 주담대로 주택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청년층이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까지 ‘영끌’에 나선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몇년새 집값이 폭등해 생애최초구입자에게 엘티브이를 추가로 완화해줘도 집 사기는 쉽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이번에 집값이 오르기 전에 그런 규제완화를 해줬으면 크게 도움이 됐을 텐데 지금은 집값이 너무 올라서 서울과 수도권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40년 모기지 도입안의 운을 떼면서 3억원 대출을 하면 월 상환액이 약 99만원이라는 예시를 들었다. 월 상환액이 100만원을 넘어가면 청년층의 상환 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수치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들이 구입 가능한 주택가격대로 4억~6억원대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무주택세대주를 대상으로 한 ‘서민·실수요자 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 8천만원(생애최초구입자는 9천만원) 이하이고, 대상 주택가격은 투기·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까지다.

문제는 서울·수도권에서 이렇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아파트가 집값 폭등 과정에서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대상 주택가격대를 높이면 월상환 부담액이 늘고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 금융당국의 또다른 관계자는 집값 안정 기조와 청년층 예외 확대라는 두가지 정책목표에 대해 “복잡한 함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서울의 아파트 중위값은 약 9억원, 수도권은 약 7억원에 이른다. 이런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3억 대출을 받는다해도 나머지 6억, 4억원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대출한도를 더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대출한도를 5억, 6억원으로 높일 경우 월 상환액이 150만~200만원을 넘어간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청년층은 많지 않다. 지난해 39살 이하 세대주의 월평균 소득은 484만원이지만, 필요한 곳에 쓰고 남은 흑자액은 77만원에 그쳤다. 사실상 부모가 도와주지 않는 한 적자인생을 오랜동안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셈이다. 이렇게 대출규제를 완화해줄 경우엔 일부 고소득 청년층이나 부유층 자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결국 해법은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분공유형 주택 같은 좀더 현실성 있는 정책 대안을 빨리 안착시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소득 대비 과도하게 오른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대부분의 청년층이 원하는 주택 구매는 거의 불가능한 탓이다. 그러나 여당이 요구하는 대출규제 완화 정책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자칫 어렵사리 안정 기미를 보이는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재건축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대책으로 저가 주택에서마저 집값이 추가로 오른다면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는 현재 집값 수준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삼성 고대역폭메모리 먹구름…젠슨 황 “새로 설계해야” 1.

삼성 고대역폭메모리 먹구름…젠슨 황 “새로 설계해야”

삼성전자 ‘영업이익 1위’ 왕관, 하이닉스에 내주나 2.

삼성전자 ‘영업이익 1위’ 왕관, 하이닉스에 내주나

증선위, 회계처리 위반 본느 검찰 고발 3.

증선위, 회계처리 위반 본느 검찰 고발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6.5조 ‘쇼크’…3분기보다 30% 감소 4.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6.5조 ‘쇼크’…3분기보다 30% 감소

제주항공 “3월 말까지 국내·국제선 1878편 감편” 5.

제주항공 “3월 말까지 국내·국제선 1878편 감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