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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가 돈댄 항공 빅딜, 대한항공 증자-주주 소송이 1차 관문

등록 2020-11-16 19:07수정 2020-11-18 09:22

아시아나 인수 급물살 배경과 과제는
산은 16일 통합 방안 발표
‘특혜’ 여론에 민간자금 늘려
한진해운 파산 전례도 고려한 듯
인천국제공항에 한국의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한국의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해 ‘글로벌 톱 10’ 수준의 단일 국적항공사 출범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산은은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 자금 8천억원을 투입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통한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해 한진칼과 총 8천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산은이 마련한 양사 통합 거래 구조를 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조8천억원 (신주 1조5천억원·영구채 3천억원)을 사 들인다. 이를 위한 자금은 대한항공의 2조5천억원 규모 주주 배정 유상증자로 마련한다.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7300억원을 투입한다. 유상증자로 대한항공 주식량이 크게 늘어 한진칼이 지주사 요건(상장 자회사의 20% 이상 보유)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진칼의 투자 자금은 산은이 마련한다. 산은이 한진칼의 5천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3천억원 교환사채(EB)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주식취득 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로 최대주주가 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 주주 손에 달린 인수자금

당초 산은이 한진칼 제3자 배정을 통해 인수자금 대부분을 투입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실제로는 대한항공 주주들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가 전체 조달 자금의 70%를 차지했다. 한진칼이 투입하는 자금 7300억원을 제외한 1조7700억원을 대한항공 주주들에게 받기로 한 것이다. 산은이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 등극하면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다는 여론이 커질 수 있고, 기존 주주의 주식 배정 권한을 보장하는 현행 상법상 제3자 배정 방식으로만 수조원을 조달하는 데 부담이 따랐을 수 있다.

관건은 대한항공 주주가 유상증자에 얼마나 참여하느냐다. 대한항공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대한항공은 지난 2015년과 2017년에도 유상증자를 했다가 실권주가 발생해 주관사가 이를 떠안았다. 일단 채권단은 국내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는 만큼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본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양대 대형 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지면 사실상 일반 항공사(FSC)는 하나만 남을텐데 주주들 입장에선 매력적이지 않겠냐”며 “자금 조달은 어렵지 않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산은이 항공 노선 다양화, 마일리지 통합 등 양사 통합의 소비자 편익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산은은 또 유상증자를 주관하는 증권사가 남은 주식을 모두 인수하는 ‘총액인수방식’으로 진행해 증자 확실성을 담보하기로 했다.

주요 주주들의 반발로 인한 소송 위험도 있다.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케이씨지아이 등 3자 주주 연합이 산은의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반발해 법적 효력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이미 대법원이 경영권 분쟁 중 발행한 주식의 효력을 무효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있고,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기존 주주의 주식 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상법도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이들의 주장이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용인되지 않더라도 법적 소송이 불거지면 두 항공사의 통합이 늦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산은은 양대 항공사 체제를 유지할 경우 2021년까지 4조8천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봐 올해 안으로 매각을 매듭 지으려 했다. 만약 법적 소송이 길어져 통합이 늦어지면 한진칼을 통해 시간을 아끼는 효과가 없어지게 된다.

산은은 경영진을 통해 방만 경영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부행장은 “조원태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한진칼이 인수하게 될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고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등 항공산업 개편작업이 갖는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경영책임을 부담하게 됐다”며 “산은도 경영평과위원회를 통해 통합항공사에 대한 경영성과를 매년 평가해 등급이 저조하면 해임 등 경영조치 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한국GM 반면교사?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의 통합을 통해 생존의 기로에 놓인 아시아나항공 문제를 해결하기로 방향을 잡은 덴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 ‘대안 부재론’이다. 지난 9월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종 포기한 탓에 사실상 한진칼과 대한항공 외에는 다른 선택지를 물색하기가 불가능해졌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6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된 후 5대 계열 그룹과 항공업을 영위하는 타 그룹사에 의견 타진을 했지만 다들 재무에 관한 어려움과 코로나로 인한 산업 불확실성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항공산업 재편 방향에 대해 한진그룹과 뜻을 같이하게 됐고 국내 항공산업 및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감안해 실기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히 통합 작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둘째, ‘한진해운 파산 반면교사론’이다. 산은은 2017년 과잉투자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에 대해 특혜 시비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가 파산을 막지 못했고, 해운물류 위기까지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산은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망하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국민 세금을 지원하더라도 회생 추진으로 방향을 잡은 배경이다.

셋째, ‘외국 자본 인수 불가론’이다.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외국 자본에 넘기기엔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2010년 외국 자본 지엠(GM)에 대우자동차를 매각했다가 지엠이 예상보다 빨리 부채를 갚고 국내 공장을 철수하려 해 곤혹을 겪고 있다. 또 상하이자동차를 거쳐 인도 마힌드라에 매각한 쌍용자동차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동종 업계 기업인 대한항공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던 셈이다. 특히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조원태 회장이 케이씨지아이(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주주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으로선 산은이 한진칼의 주요 주주가 되는 걸 반길 여지가 있었다. 결국 조 회장과 산은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딜’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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