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와 관련해 백브리핑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단일 국적 항공기 시대가 열리는 과정에 넘어야 할 산은 한둘이 아니다. ‘통합 대한항공’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수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뒤따를 고용 불안 우려뿐 아니라, ‘통합’을 위한 선결 과제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통과도 쉽지 않은 과제다. 독과점화의 부작용인 운임 상승 우려나 수년간 이어진 출혈경쟁으로 고사 직전인 저비용항공(LCC) 시장도 재편 과정에서 다양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항공업계와 정부, 전문가 말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저비용항공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서 엘시시 3곳(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하나로 묶이며 공룡 엘시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이들 3곳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6개 항공사가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이 운항중지에 들어간 점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 3곳 엘시시가 국내선과 국외 단거리 시장을 놓고 싸워야 한다. 한 엘시시 관계자는 “엘시시 시장이 엄청난 변화 앞에 놓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엘시시 몇곳이 정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은 ‘통합 대한항공’ 과정에서 잠복한 뇌관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노선 중복 등 겹치는 부분이 큰 터라 통합 과정에서 ‘교통 정리’가 일어나면서 관련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위협받을 공산이 크다. 지난 6월 말 현재 대한항공(1만7209명)과 아시아나항공(8797명)의 정규직 직원만 2만6006명이다. 당장 두 회사 노동조합은 강한 우려를 담은 성명을 이날 내놨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등 6개 단체는 “동종 업계 인수는 중복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 합병을 원점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다만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기자브리핑에서 “중복인력은 1천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자연감소 인원과 신규 사업에 필요한 인력 등을 고려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한진가에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도 넘어야 할 벽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선 여객운항 시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2.9%, 19.3%를 점유하고 있다. 두 항공사가 소유한 엘시시 운항 몫을 더하면 점유율이 66%까지 높아진다. 항공화물 시장의 두 항공사 점유율은 이보다 더 높다. 이런 터라 공정위가 심사 과정에서 시장을 어떻게 구분해 보느냐에 따라 합병 승인 여부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공정위가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의 퇴출보다 합병이 시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심사 때 시장 획정과 경쟁제한성 분석 없이 합병을 승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국제선 운임은 항공협정에 따라 상한선이 설정돼 임의로 설정할 수 없어 소비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과점화에 따른 운임 상승 등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자칫 기업결합심사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박수지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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