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영향에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전체 산업의 업황지수는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하락한 51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2008년 12월과 같은 수치다.
수출 대기업들의 체감경기 악화로 제조업 업황지수(52)가 4포인트 떨어져 2009년 2월(43)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수출기업업황(55)이 8포인트 급락한 반면 내수기업(51)은 변동이 없었다. 대기업(59)이 6포인트 하락했고, 중소기업(45)은 1포인트 내렸다. 한은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나빠지며 수출이 주력인 대기업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업황지수(31)가 부품 수출 부진으로 10포인트 떨어졌고 관련산업인 전기장비(42)는 12포인트 급락했다. 반도체 관련 전자부품 수출도 부진해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65)은 3포인트 내렸다.
서비스업이 속한 비제조업(50)의 업황지수는 3포인트 하락해 두 달 연속 역대 최저치를 고쳐썼다. 산업용 전기와 가스 판매가 줄며 전기·가스·증기(57)가 18포인트 급락했다. 건설업은 9포인트 하락했고 항공업이 속한 운수·창고업(46)도 7포인트 내렸다. 반면 예술·스포츠·여가업종(41)은 골프장 이용객이 늘어난 덕분에 16포인트 상승했다. 숙박업종(12)도 1포인트 회복했다.
기업들의 향후 경기전망도 어둡다. 전산업 업황전망 지수는 3포인트 내린 50으로 2009년 1월(49)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과 소비자 심리를 합쳐 산출한 경제심리지수(ESI)는 8.0포인트 내린 55.7로 2008년 12월(55.5)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21일 전국 3696개 법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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