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리 인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수준이 낮아졌다고 18일 밝혔다. 기존에는 2.8~2.9%로 추정했는데, 이번에 새로 추정을 해보니 2019~2020년께는 2.5~2.6%가량이라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보유한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그러나 잠재성장률 수준의 하락을 고려해도 올해 경제 성장세가 매우 부진할 것이라고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5%(4월 전망)에서 2.2%로 0.3%포인트 낮춰 잡았다. 상반기에 성장세가 예상보다 미약했고, 하반기 회복세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부진한 것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5.5%로 내다봤다. 정보기술(IT) 부문 업황이 부진한데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원인이다.
건설투자 증가율도 -3.3%로 전망했다. 2016년까지는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떠받쳤지만, 최근에는 주거용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투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주거용 건물은 내년까지 큰 폭의 투자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성장률 하락에 따라 수출도 부진하다. 한은은 올해 상품수출(물량 기준)이 0.6%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에는 수출이 3.3% 증가한 바 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2.8% 증가해 경제성장률(2.7%)을 웃돈 바 있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도 2.3% 증가해 경제성장률(2.2%)을 조금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상반기 2.6%, 하반기 2.3%, 연간 2.5%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2.5%는 잠재성장률 수준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 전망에)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이 부분적으로나마 반영되어 있다”면서도 “수출 규제의 움직임이 앞으로 또 어떻게 되어갈지 전개 상황을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해 일본 변수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성장 부진에 따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그러면서 재정 확대를 통한 정부의 대응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이 총재는 “지금의 경기둔화는 상당 부분 공급 측 요인에 있다.
오로지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려면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여력이 과거와 같이 그렇게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재정정책이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되고 효과도 빠르다”고 말했다.
조영철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재정을 매우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한은도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며 “상반기 재정 집행률이 수치는 높다지만 실제 집행은 더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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