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리 인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선제적 조처’로 평가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8일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동결할 것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말 연방기금 금리를 낮추는 것을 한은이 확인한 뒤 8월 말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은의 전격 금리인하는 경기 흐름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선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2.7%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는 조동철 위원이 인하 의견을 냈고, 다른 1명의 위원도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이일형 위원만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금리 인하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는 2.3% 성장에 머물지만 하반기에 2.7%로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실물 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기 흐름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한은은 이번 경제 전망에서 상반기 성장률을 1.9%로 추정하고, 하반기 성장률도 2.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경정예산의 집행, 일본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반영한 것이다. 미국 연준이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내릴 것이 거의 확실해진 것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현재 연방기금 금리를 2.25~2.5%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일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안정 문제를 적잖이 고심했다. 이 총재는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해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향후 주택가격에 대해서는 “현재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좀 미약한 점, 그리고 주택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가 강한 점 등을 좀 감안해 볼 필요가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은은 정부의 금융안정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은은 앞으로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실물경제의 회복을 뒷받침 하는 쪽으로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1.5%로 낮아짐에 따라 향후 정책 여력은 줄어들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당장 실효하한에 근접하게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한은이 어느 정도의 정책여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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