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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한진칼 조원태 회장 선임, 사실 아닌 사기극”

등록 2019-05-14 16:50수정 2019-05-14 19:35

한진 “이사회 대표이사 회장 선임” 발표했지만

“회장 선임 없었다”…‘회장’ 공시에도 없어
총수일가 일부 “그룹과 조원태 사장 ‘사기극’”

“회사 정관 위배로 무효…투자설명서 공시위반”
공정위의 ‘조원태 동일인 지정’ 근거도 ‘흔들’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이사회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는 그룹 쪽 발표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진이 조원태 사장을 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변경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것에 반발하는 총수일가 일부는 그룹과 조 사장 쪽이 ‘사기극’을 벌였다며 격앙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4일 <한겨레>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진그룹은 지난달 24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공동 대표이사로만 선임했을 뿐 회장으로 선임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칼이 24일 공시한 ‘대표이사(대표집행임원) 변경(안내공시)’에도 ‘대표이사’로만 표현됐을 뿐 회장 선임 사실은 적혀있지 않다. 한진칼 이사회를 잘 아는 한 재계 인사는 “이사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공동 대표이사에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선임한 것은 맞지만, 회장 선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진칼 이사회에 정통한 또다른 재계 인사도 “이사회의 결의는 조원태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국한됐다”고 전했다.

이는 한진그룹이 지난달 24일 보도자료에서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24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고, 조 회장이 한진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힌 것과 다르다. 조원태 사장과 남매 사이인 조현아·현민씨 쪽과 가까운 한 재계 인사는 “조원태 사장 쪽에 줄을 선 그룹 임원들이 거짓말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진그룹은 이에 대해 “한진칼 이사회에서 조원태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맞고, 회장은 회사에서 직책을 부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은 또 보도자료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긴 이유에 대해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표이사 선임이고, (회장) 직책은 부수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진그룹 쪽 해명과 달리 한진칼 정관 34조는 대표이사인 회장과 부회장 등의 선임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이라는 발표는 정관 위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상훈 참여연대 실행위원(변호사)은 “회사 정관을 위배한 조원태 대표이사 회장 선임은 무효이고, 한진칼이 지난 10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투자설명서 공시에서 조원태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밝힌 것도 허위공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조원태 사장을 한진그룹 동일인으로 직권 지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 취임을 꼽아, 향후 법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가 생겼다.

조원태 사장이 이사회 결의 없이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 선임을 발표한 것은 지주사 한진칼의 상징성을 이용해 그룹 회장 취임과 경영권 장악을 위한 유리한 지점에 올라서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한진그룹은 보도자료에서 “조원태 신임 회장이 한진그룹의 대표로서 경영을 이끄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조원태 신임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은 고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진그룹 동일인 변경은 물론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 선임과 그룹 회장 취임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많다.

곽정수 선임기자, 신민정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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