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진그룹이 동일인(총수)을 조원태 회장으로 변경하기 위한 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목하고 한진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진 총수 일가 사이에 동일인 변경에 대한 이견이 여전해, 동일인 지정과 별개로 아버지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상속과 가족간 경영권 배분을 둘러싼 분쟁은 더욱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늦게 동일인을 고 조양호 회장에서 아들인 조원태 회장으로 변경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한진이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해서 대기업집단 지정에 필요한 친족 현황, 소속회사 현황, 소속회사 주주 현황 등 자료 일체를 제출했다”고 확인했다. 동일인은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재벌)의 경영권을 쥔 총수를 뜻한다.

한진의 자료 제출은 공정위의 동일인 직권 지정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한진이 1차 시한인 지난 3일까지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했다. 그 뒤에 공정위가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관련 자료를 지난 8일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지만 총수일가 내부 이견으로 또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관련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한진 쪽이 애초 동일인을 조원태 회장으로 변경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조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돼 현재는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동일인 변경 신청도 가능하다. 새 인물의 직·간접 지분율, 경영활동 등에 있어서 직·간접적인 지배력 행사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동일인 지정은 오는 15일 이뤄지게 됐지만, 이를 둘러싼 한진 총수 일가의 이견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일인 지정에 대한 한진 총수 일가의 이견은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이른바 ‘남매의 난’으로 본격화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고 조양호 회장의 두 딸이자 조원태 회장의 여자형제인 조현아·현민씨와 가까운 한 재계 인사는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을 혼자 독차지하려고 해 다른 가족들이 당황해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현아·현민씨 쪽은 지난달 24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선임된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계 인사는 “이사회가 예정에 없이 갑자기 열렸다. 또 조원태 회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하기는 했지만 회장으로 선임한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선임은 더더욱 합의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상속을 둘러싼 분란도 예견된다. 한진가의 한진칼 지분 28.8% 중 조 전 회장 지분은 17.84%로, 이를 안정적으로 승계해야 2대 주주인 케이씨지아이(14.84%)로부터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이 해당 지분을 모두 상속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고, 조현아·현민씨의 상속분이 우호지분 구실을 할지도 미지수다. 현재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2.34%로 조현아(2.31%)·현민(2.30%)씨 등과 별 차이가 없다. 법정상속분은 이들의 어머니인 이명희씨는 5.95%, 조 회장과 현아·현민씨는 각 3.96%씩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신민정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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