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물가에 대한 자신감 소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들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기준 금리는 1.25~1.50%가 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9월 대비 12월 FOMC에서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했고 실업률 전망치는 하향했지만 물가 상승률과 금리 인상 전망(점 도표)은 그대로 뒀다. 특이한 일이다. 실업률과 경제 성장률이 더 좋아진다고 전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을 그대로 뒀다는 사실은 물가에 대해 자신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물가는 낮고 성장률은 높으니 좋다고 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심리를 먹고 사는, 명목 지표로 커가는 주식 시장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 미국 물가는 오르지 못할까.
[그래프1] 연준 FOMC 경제 성장률, 실업률, 물가 상승률 전망치 변화(9월→12월)
자료: Thomson Reuters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이 가능한 첫 번째 이유: NAHB 지수의 반등세
연준은 2000년대 들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정책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개인소비자물가지수(CPI)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러 물가를 종합해 고려한다. PCE와 CPI에서 모두 중요하게 작용하는 세부 항목은 주거 비용이다. CPI에서 약 30%, PCE에서 약 15%다. 물가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을 선행하는 지표가 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지수다. 1~2년 가량 선행한다. 시차 상관계수는 2년 기준 0.7에 달한다. 12월 NAHB 지수는 74pt를 기록했다. 1999년 7월 75pt 이후 최고치다. 올해 3월 70pt 돌파 이후 주춤하던 동 지표는 미국 세제 개편안 통과 가능성에 급등했다. 단숨에 전월 대비 5pt 상승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NAHB 지수 상승은 주택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그래프 2] NAHB지수와 주거비용 물가 상승률
자료: Thomson Reuters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이 가능한 두 번째 이유: 실업률과 임금 상승률
미국 내 낮은 물가 상승률의 원인으로 많이 지적되는 변수가 임금 상승률이다. 저임금 기조가 저물가를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의 임금 상승률은 과거 경기 회복 사이클에서보다 낮은 임금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베이비 부머의 은퇴와 밀레니얼 세대의 대체에 따른 구조적인 저임금 구조나 고령인구 비중 증가에 따른 저임금 일자리 확대 등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다. 구조적 문제를 제외하고 보면 내년에는 지금보다는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유인이 크다. 임금의 Pent-Up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Pent-Up 효과는 임금이 가진 상하방 경직성 탓에 경기 회복 주기에 실업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야만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용어다. 1990년 이후 현재까지 세 차례 경기 확장기(1992~1998년, 2003~2007년, 2009년~현재, 경기 확장기는 현재 실업률에서 직전 5년 평균 실업률을 차감한 수치가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 기준부터 재차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까지)를 보면 Pent-Up 효과가 확인된다.
산포도를 하나 그려보겠다. 가로축이 현재 실업률에서 지난 5년간 평균 실업률을 차감한 수치, 세로축이 현재 임금 상승률에서 지난 5년간 평균 임금 상승률을 차감한 수치다. 산포도 상에서 1차식으로 구한 회귀식보다 2차식으로 구한 회귀식의 설명력이 더 높다. 가로축 기준 0%p 이하 구간에서 기울기가 가파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실업률이 직전 5년 평균을 하회한 이후 임금 상승률이 가팔라지는 모습을 의미한다. 현재 실업률은 4.1%로 직전 5년 평균 4.7% 대비 0.6%p 낮다. 추가 하락시마다 임금 상승 압력이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Fed 인사들이나 전문가 예상처럼 내년 미국 실업률이 4%를 하회하면 임금 상승률은 빠르게 상승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물가 상승률도 마찬가지다.
[그래프3] 실업률 차(현재 값에서 직전 5년 평균)와 임금 상승률 차 간 산포도
자료: Thomson Reuters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프4] 그래프3에서 가로축 구간 별 세로축 평균 값
자료: Thomson Reuters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이 가능한 세 번째 이유: 기대 인플레이션의 반등
미국 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도 눈에 띈다. 미시건대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최근 2.7%까지 상승하며 바닥을 확인한 느낌이다. 국채 금리에 내재된 10년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2% 가까이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의 반등은 실제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지표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품 시장 움직임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구리의 금 가격 대비 상대 강도는 기대 인플레이션율과 동행하는 지표다. 최근 구리/금 비율은 2012년 이후 고점 근방에 위치한 상태다. 글로벌 인프라 투자 사이클 도래 및 비철금속 중심의 강세장이 내년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동 지표의 추가 상승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상승으로 연결될 듯하다.
뉴욕 연준에서 발표하는 UIG(Underlying Inflation Gauge)도 참고할 만하다. PCE나 CPI(소비자물가지수)를 선행하는 지표들이 UIG를 구성한다. 이 때문에 UIG는 PCE 물가 지표를 2~3개월 가량 선행한다. 최근 동 지표는 3%에 근접하며(11월 2.95%) 향후 물가 오름세를 예견하고 있다. 밑바닥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5] 뉴욕연준 UIG와 P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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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 감안 시 2분기에 물가 상승률 2% 도달 가능성 커
2018년 1분기에 미국 물가 상승률이 곧바로 목표치인 2%에 도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2017년 1분기 물가 상승률 기저가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2% 내외)이다. 2017년 2분기에 물가 상승률이 2%를 하회했기 때문에 이를 고려시 2018년 2분기에는 기저가 낮아진 효과로 물가 상승률 2% 도달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률이 2%를 회복하면 흔히 회자되듯 성장주 스타일(주식을 특성별로 그룹화시키는 방법)와 가치주 스타일 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이동이다. 이 경우 세계적으로는 금융, 소재, 산업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IT는 상승폭이 주춤할 수 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세계 주식 시장에서의 스타일 변화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이를 결정하는 변수가 미국 물가이므로 미국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1분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현재 수준에서 머물겠지만 2분기에는 더 높은 곳을 향할 확률이 높다. 2분기 중에는 가지고 있는 주식 자산의 색깔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가가 내년 상반기, 주식 투자자에게 핵심 변수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