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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긴장만 고조된 한미FTA 첫 대면…“어떤 합의도 못해”

등록 2017-08-22 16:25수정 2017-08-22 22:07

22일 이른 오전부터 오후 4시까지 숨가쁜 탐색전
미국 “즉각 개정 착수하자”-한국 “함께 효과분석부터”
입장차만 확인…“양국 다 예기치 못한 카드 제시 없어”
김현종 “양쪽 모두 조금 아쉬워하며 헤어지는 게 좋다”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린 22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양국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영상회의를 갖고 있다. 양국 대표단이 수석대표간 회담을 경청하고 있다.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린 22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양국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영상회의를 갖고 있다. 양국 대표단이 수석대표간 회담을 경청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개시 여부를 놓고 고위급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양국 사이에 아무런 합의도 이뤄내지 못한데다 다음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끝났다. “즉각 협정 개정에 나서자”는 미국쪽과 “발효 5년간의 효과 분석부터 먼저 하자”는 우리 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서로 ‘확연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선에서 끝남에 따라 협정 개정에 돌입할지 여부를 둘러싼 양국의 긴장은 오히려 더 고조됐다. 앞으로 실무채널을 중심으로 물밑 공방이 장기간에 걸쳐 한층 가열될 공산이 커졌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첫 특별회기가 끝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갖고 “양국이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미국의 일방적인 개정 요구에 동의할 수 없으며, 협정의 5년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제안한 양국 공동 조사·분석에 대한 미국 쪽의 답변을 이제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답변 시한은 미국 쪽이 언급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우리의 공동조사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상황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향후 협의 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 공동위원회 틀 내에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 특별회기는 오후 4시께까지 마라톤 회의로 이어졌다. 본격 실무회의에 앞서 김현종 본부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30분간 영상회의를 가졌다. 두툼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을 들고 협상에 나선 김 본부장은 영상회의를 마친 뒤 국회 일정 참석을 위해 회의장을 떠났고, 이어 유명희 산업부 에프티에이 교섭관을 중심으로 꾸려진 우리 대표단과 미국 대표단은 서로 악수를 나눈 뒤 곧바로 고위급 대면 실무회의에 들어갔다. 각각 10명으로 구성된 양쪽 대표단은 회의 내내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총성없는 전쟁’같은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우리 쪽은 미국의 무역(상품)수지 적자가 반드시 협정 때문은 아니다는 논리를 뒷바침하는 한-미 협정 효과 분석자료 등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양쪽은 이날 첫 대면에서 △협정 개정의 필요성 △무역적자 원인 △협정의 효과에 대한 공동 조사 필요성 등 3대 항목에 걸쳐 날카롭게 맞섰다. 제이미어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이 이끈 10명의 미국 협상대표단은 협정 발효 5년간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2016년 277억달러)가 2배로 늘어났다고 초반부터 불만을 연신 터뜨리며 “조속한 시일 안에 협정의 개정·수정을 개시해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우리 쪽을 압박했다. 미국 쪽은 특히 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요구하면서 자동차·철강·정보기술(IT) 교역에서의 무역수지 불균형과 수입품에 대한 세관당국의 원산지검증까지 품목별 이슈를 집중적으로 열거하며 “즉각 개정” 공세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리 쪽은 “양국간 무역수지 불균형은 한-미 협정 때문이 아니다”고 맞서며, 협정이 상호 호혜적 이익균형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을 상대방에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우리 쪽은 또 “미국이 지목하는 무역적자 우려를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이 협정은 교역·투자·고용에서 양국에 모두 상호 호혜적”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쪽의 일방적 개정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개정 검토 이전에, 먼저 협정이 양국의 무역·경제에 미친 효과를 객관적으로 조사·평가하는 작업을 양국이 같이 벌이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제안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그럼에도 미국 대표단은 시종일관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탓”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두고 ”끔찍한 재앙, 폐기”를 자주 운운했으나, 이날 미국 대표단은 협상의 룰을 의식한 탓인지 ‘협정 폐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양국이 이날 약 8시간에 걸쳐 제각각 논리와 통계를 앞세우며 굳은 표정을 한 채 설전을 벌였음에도 첫 대면에서 어떤 합의도 도출하지 못함에 따라 개정 논의는 장기전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졌다. 현재로선 “협정의 효과를 공동으로 조사·분석하자”는 우리의 요구에 대한 미국 쪽의 답변을 기다리는 일만 남은 상태다. 김 본부장은 “적절한 시기에 미국 쪽으로부터 대답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답이 오기 전까지 실무 선에서 추가 협의를 벌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제22.2조)상 개정협상에 착수하려면 양쪽 당사국이 컨센서스(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김 본부장은 “통상협상은 일반적으로 양쪽 모두 조금 아쉬워하면서 헤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로 이날 첫 대면을 평가했다. 회의가 끝난 뒤 미국 대표단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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