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이 취임 일성으로 “통상정책 담당자들은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을 당장 버리고 협상 상대방을 예측 불가능하게 하는 전략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요구에 공세적 전략을 펼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과거의 통상정책과 전략이 원교근공이었다면 이제는 성동격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동격서는 ‘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을 친다’는 뜻으로, 적을 헷갈리게 만든 뒤 허를 찌르는 계책을 뜻한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요구와 중국의 사드 보복 이슈 사이에서 예측불허의 통상전략을 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이끈 김 본부장은 당시 먼 나라와 동맹·연합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원교근공을 통상철학으로 외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발 보호무역 시대에 전략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뜻이다.
그는 “법과 제도를 개편해 도시 자유무역구, 대도시 자유무역구의 자유무역 수준에 버금가는 (자유무역협정) 협상도 추진해야 한다”며 자유무역협정의 수준과 폭을 더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독소 조항으로 꼽은 ‘투자자-국가 소송(ISD)’ 등을 고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정학과 에너지 이슈를 무역 관련 이슈와 융합해 국익을 지켜가겠다”며 북핵문제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을 통상협상 테이블에 함께 올릴 의사를 밝혔다.
이날 김 본부장의 취임사는 산업부가 건넨 초안과 크게 내용이 달라졌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독립적 ‘장관급 대우’로 위상이 높아진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의 취임 메시지를 ‘해독’하느라 분주했다.
한편,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 3일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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