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앞으로 중소 납품업체들에게 ‘갑질’을 하다가 적발된 백화점·대형마트에는 부당이득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또 공정위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 기업에게는 하루 평균매출액의 최대 0.2%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반복적으로 법위반을 한 기업은 과징금이 최대 2배까지 가중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이런 내용를 담은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고시와 공정거래법 시행령의 개정안을 각각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19일 공정위의 법집행 강화와 이를 위한 시행령·고시 등 하위법령 개선 등 핵심 단기과제를 발표한 이후 처음 실행하는 구체적인 개혁조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통업법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 등이 중소 납품업체에 부당반품, 판촉비 부당전가 등의 불공정행위를 저질러 과징금을 부과할 때 적용하는 부과기준율이 현행 법위반금액 기준 30~70%에서 60~140%로 2배로 높아진다. 현재 과징금은 법위반금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부과기준율을 올리면 과징금도 많아진다. 예를 들면, 백화점이 10억원 어치의 상품을 납품업체에 부당 반품한 경우 현재는 최대 7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최대 14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백화점의 ‘갑질’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부당반품액)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처음으로 가능해진다.
개정안은 또 법위반행위를 자진 시정하는 경우 과징금을 깎아주는 감경률을 현행 최대 50%에서 30%로 낮추고, 조사에 협조했을 때 적용하는 과징금 감경률도 현행 최대 30%에서 20%로 축소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논란거리였던 ‘법위반 기업의 현실적 부담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과징금 감경기준을 해당 기업의 자본잠식율, 부채비율, 단기순이익 적자 여부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하도록 구체화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고시 개정 때 ‘갑질’을 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담을 줄여줘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당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을 법에서 정한 ‘납품대금’에서 ‘법위반금액’으로 바꾸는 대신, 부과기준율을 기존 20~60%에서 30~70%로 소폭 올렸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법위반금액이 납품대금보다 작은 경우가 많은 반면 부과기준율 인상폭은 작아 결과적으로 백화점·대형마트의 ‘갑질’에 대한 과징금 부담을 줄여줬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해명자료까지 냈으나, 김상조 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1년만에 잘못을 인정한 셈이 됐다. 공정위는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억지력이 높아지고 과징금 감경·조정도 더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고병희 유통거래과장은 “이번에 재개정하는 고시 내용을 이미 제재가 끝난 5개 사건에 적용해본 결과 과징금 총액이 73억원에서 91억원으로 24% 이상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10월19일부터 공정위가 요청한 조사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자료를 제출하는 날까지 하루 평균매출액의 최대 0.2%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동안은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기업에는 1억원 이하 과태료만 부과했으나 법개정으로 2년 이하 징역과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이에 더해 이행강제금까지 병행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또 반복적으로 법위반행위를 하는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가중 상한이 현행 50%에서 100%로 2배로 높아진다. 이와 함께 재벌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에 대해서도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했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은 20일간의 행정예고를 거친 뒤 10월 중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40일간의 입법예고를 거친 뒤 시행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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