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기대에 어긋나는 재벌은 공정위와 정부가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과의 만남 추진 계획과 취지를 설명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3단계 재벌개혁 추진 방식이 구체화되고 있다.
1단계는 재벌과의 적극적 소통이다. 김 위원장은 4대 그룹 모임 취지와 관련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4대, 10대 그룹 중심으로 법집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 기업들의 우려가 있어, 설명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며 “6월말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기업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기에 앞서 모임을 갖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4대 그룹 모임에 대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에 사전에 보고·협의를 했는데 공감을 나타냈다”며 “정부 구성이 끝나면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도 (4대 그룹과) 직접 만날 계획”이라며 재계와의 소통이 일회성 행사가 아닐 것임을 예고했다.
2단계는 재벌의 자율적인 변화 유도다. 그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와) 재벌개혁은 합리적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생각을 같이했다”며 “재벌개혁은 일회성으로 몰아치거나 때리듯이 해서는 안 되고 모든 경제 주체의 노력과 시장의 압력에 의해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벌이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더욱 발전하길 희망하며, 재벌이 스스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등 모범사례를 축적해 나가는 포지티브 캠페인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3단계는 재벌에 대한 단호한 법집행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사회,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계속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와 공정위가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4일 취임사에서도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에는 한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회동이 개혁 후퇴나 정경유착 의혹을 낳은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재벌과의 정경유착이 자살행위임을 안다”고 말했다. 또 재벌과의 상시 협의 채널 구축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가 바로 재계 인사와의 부적절한 모임에서 빚어졌다”며 “새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의 재벌정책은 공정위 혼자 추진하는 게 아니고 여러 정부 부처가 한 팀을 이뤄 한목소리로 추진해야 한다”며 “을지로위원회, 일자리위원회,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 개혁의 초기 성과는 재벌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혁에 동참할지가 중요하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고위 임원은 “기업들도 과거 방식만으로 한계가 있고 선진국 수준으로 변화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기업별로 여건이 다른 만큼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개혁법안 통과가 힘들고 공정위 역량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재벌의 자율개혁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변화를 압박하려면 공정위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의 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최근 대기업집단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집단 규모와 무관하게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며 “10대 그룹, 4대 그룹 집중하겠다고 해서 실태 결과 중에서 일부만 따로 보겠다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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