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 많고 우여곡절도 많은 경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방미 경제사절단을 두고 경제단체 간부가 하는 말이다. 우선 행사일 선정부터 곡절을 겪었다. 애초 새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의 주무단체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지정하면서 미국 상의와 회동을 위해 제시한 날은 7월1일. 하지만 미국 상의가 독립기념일(7월4일) 연휴와 겹친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대한상의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9일 직후인 30일로 수정해 제안했으나 역시 불발됐다. 결국 강호민 상의 국제본부장을 미국으로 급파하는 등 동분서주하면서 28일로 조율됐다. 경제사절단 행사가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방미 경제사절단 주관기관 선정을 놓고도 경제단체들의 신경전은 거의 ‘삼국지’ 수준이었다. 그동안 미국 경제사절단은 전경련이 맡았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정경유착 주범으로 꼽히며 전경련은 새 정부 들어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전경련은 선정이 되려고 행사 파트너인 미국 상의에 미리 협조를 구할 정도로 안간힘을 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무역협회도 전경련의 공백을 틈타 발벗고 나섰으나 실패했다. 무협은 전경련 이전에 방미 경제사절단 주관기관으로 활동한 전력을 내세웠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무협 관계자는 “지난 6일 무협 주관으로 대미 경제협력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방미 경제사절단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기를 기대했었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경제계에서는 김인호 무협 회장이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직원조회 시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시위 참석자를 비난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것을 만회하려 했다는 뒷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들 두 단체의 바람과는 달리 새 정부는 상의를 주관단체로 선정했다.
경제계에서는 상의-전경련으로 이원화돼 있던 경제사절단 주관기관이 새 정부에서는 상의로 일원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경련은 해체 압박 속에서 민간외교를 포함한 국제업무에서의 ‘특화’를 존립 근거로 내세웠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경제사절단에 참가할 기업인은 아직 미정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얼굴을 맞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현재까지는 일부만 참여할 전망이다. 대기업 총수로는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구자열 엘에스(LS) 회장 정도다. 엘지(LG)는 구본준 부회장으로 확정됐고, 삼성·현대차·한화 등은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3년 5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첫 방미 때 경제사절단에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엘지 회장 등 총수들은 물론 경제5단체장이 참여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4대 그룹 고위임원은 “삼성과 롯데(총수)가 재판 중이고, 청와대-재계 간 채널도 분명치 않고, 경제단체간 미묘한 문제도 있는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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