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여의도중소기업중앙회에서‘검찰·법원개혁방안’을주제로열린보수-진보합동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승철 변호사,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김윤상 변호사. 김봉규선임기자bong9@hani.co.kr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퇴진’과 함께 시민들 사이에 터져나온 주요 구호는 ‘검찰 개혁’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머뭇거린 검찰 수사는, 국민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 ‘봉사’해온 검찰 조직이 한국형 권력비리를 떠받쳐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검찰 개혁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 하는 보수-진보 합동토론회에서 그 구체적 방안으로 검찰총장 또는 지방검사장 직선제 도입이 제시됐다. 2월 임시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대해서도 다수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논의가 어떻게 구체화·현실화될지 주목된다.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검찰·법원 개혁’을 주제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진보 쪽 발제자인 김진욱 변호사(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는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을 모두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며 ‘지방검사장 직선제’를 제시했다. 야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방검사장 직선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상태다. 미국의 경우 주와 지역 단위로 검찰 책임자를 주민들이 직접 뽑고 있다.
보수 쪽 토론자인 김윤상 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1과장)도 “지방검사장 직선제의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다만 방법론적으로는 검찰총장 직선제가 우선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이 제왕적 대통령으로부터 검찰권을 돌려받으려면 국민이 직접 검찰총장을 선출해 권력의 부당한 압력과 수사 간섭을 막아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선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인사·예산·조직 등의 일반적 지휘·감독이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 대신 시민위원회와 국회를 통한 민주적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제·토론자들은 공수처 설치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80%가 찬성하고, 관련 법안도 10여개가 발의된 공수처 신설 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주자 중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박원순·이재명 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가 여기에 찬성 의견을 밝힌 상태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등 검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도 논의됐다.
보수 쪽 발제자인 나승철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법원 개혁 방안으로 일본처럼 국민들이 대법관을 중간평가하는 ‘대법관 국민심사제’와 ‘70살 정년제’ 도입을 제안했다.
보수-진보 합동토론회는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경제개혁연구소(이사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지식인들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변화와 개혁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다.
곽정수 선임기자,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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