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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가성비 ‘짱’ 공공임대에 눈 돌리는 ‘2030’

등록 2016-06-20 17:27수정 2016-10-24 00:33

행복주택 내년까지 15만가구
도심 입지 좋고 임대료 저렴
편의시설도 좋아 1석3조 효과

대학생전세임대주택도 인기
임대료는 정부가, 이자만 내면 돼
기숙사형·조합형도 관심 끌지만
수요 비하면 공급량 턱없이 부족
110만명의 청년들이 1인 최저주거기준인 14㎡(약 4평) 이하의 집에서 살고 있다. 지하나 옥탑방, 고시원까지 합하면 주거 빈곤 청년이 13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치솟는 집값과 월세 확대, 불안한 일자리로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심각하다. 곰팡이가 없고, 햇빛이 환하게 비추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집, 임대료가 저렴해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그런 집은 없을까? 최근 ‘2030’들이 공공임대주택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곳이다. 청년들의 주거 부담이 사회 문제로 급부상하면서 공공임대주택 종류도 다양해지고, 숫자도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삼전지구 행복주택 전경  국토교통부
서울 송파구 삼전지구 행복주택 전경 국토교통부

■ 행복주택으로 몰리는 청년들 직장생활 1년차인 김아무개(28)씨는 올 2월 서울 강동구에 있는 행복주택에 입주했다. 강동강일 행복주택 사회초년생 일반 공급은 21명 모집에 320명이 몰려 15.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김씨는 29㎡(약 9평) 원룸에 보증금 6000만원, 월세 16만원을 내고 있다. 행복주택 보증금 일부는 주택도시기금에서 낮은 이자로 빌렸다고 했다. 김씨는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월세가 싸서 좋다. 회사도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고, 새 건물이라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지내기도 편하다”고 했다. 김씨는 스무 살에 혼자 서울에 와 대학을 다녔는데, 그동안 학교 근처 2평짜리 원룸에서 살았다. 그는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고, 잠을 자기 위해 매트리스를 깔면 남는 공간이 없었다”며 “보증금 1000만원에 월 30만원을 냈다”고 했다. 김씨는 “결혼할 때까지 여기서 머물고 싶다”고 했다.

행복주택은 사회초년생(취업 5년 이내)과 대학생(취업준비생), 신혼부부 등 청년층에 초점을 맞춘 공공임대주택이다. 도심에 주택을 지어 교통이 편리하고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로 저렴하다. 2년씩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고, 세대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3인 이하 월 481만6665원)면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해 서울 송파삼전(40호), 서초내곡(87호), 구로천왕(374호), 강동강일(346호) 행복주택에 847명이 입주했다. 올해 1만812명의 입주자를 모집하고, 내년까지 모두 15만호(사업승인 기준)가 공급될 예정이다. 주택이 필요한 청년들은 많은데 저렴하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다 보니, 행복주택에 입주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 4월 서울 가좌지구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은 평균 47.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행복주택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네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일부 지역은 행복주택이 들어오고 주변 집값이 오르기도 했다. 서울 서초내곡 행복주택에 사는 박아무개(34)씨는 “어머니가 기존 임대주택 이미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실제 살아보니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행복주택 입주자들은 대부분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온다. 대학생 기숙사 같은 느낌도 나고, 동네 분들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주자들도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이 없다. 박씨는 “회사 동료들이 함께 행복주택에 지원했는데 저만 됐다. 그만큼 (행복주택이) 인기가 좋다”며 “월세 비용이 줄면서 적금을 하나 들었다”고 말했다. 행복주택의 장점이 많지만, 다른 청년 공공임대주택과 견줘 임대료와 관리비가 비싸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 진화하는 청년 공공임대주택 정부가 지원하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제도도 청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대학생 가운데 대학 소재지와 다른 시·군 출신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1·2순위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 대상이고, 나머지 학생들은 3순위로 뽑고 있다. 수도권은 가구당 7500만원, 광역시는 5500만원, 그 밖에 지역은 4500만원이 지원된다. 해당 학생이 원하는 집을 구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근저당 등 집 채무 관계를 살피고, 문제가 없다면 계약이 이뤄진다. 정부는 전세금을 지원하고, 해당 학생은 연 2~3%의 이자를 납부하면 된다. 이것을 환산하면 보증금 100~200만원에 월 7만~18만원이 된다. 방값이 저렴하고 직접 원하는 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 전세 매물이 적은 데다 집주인들이 토지주택공사를 통한 계약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카페를 만들어 토지주택공사 계약에 우호적인 공인중개소 명단을 공유하고 있을 정도다. 전세임대주택 제도는 2011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대학생 2만2742명이 혜택을 봤고, 해마다 3대1 가량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 취업준비생까지 대상이 되면서 청년 전세임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시가 주택을 사거나 지어 제공하는 기숙사형 주택인 희망하우징도 대학생들에게 관심이 가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중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 대상이다. 보증금 100만원에 가구 형태에 따라 월 5만8000원~16만원의 임대료를 낸다. 방값이 싸지만 주방과 화장실 등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서울시는 혼자 생활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원룸을 지원하고 있지만, 월 20~30만원대로 임대료가 부담스럽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청년 입주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주택을 직접 관리하는 청년협동조합형 공공주택도 생겼다. 서울에 사는 19~35살 이하(대학생 제외) 1인 무주택 청년으로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70% 이하(월 337만1666만원)가 대상이다. 현재 서울 홍은동과 화곡동에 46명이 입주해 있다. 보증금은 1000~2000만원에 월 10~20만원을 내고 있다. 관리비(홍은동)가 1만5000원~2만4000원으로 적다. 임대료가 싸고 자발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원한 청년들이라 교류도 활발하다. 홍은동 임대주택 청년들은 겨울에 김장을 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지역사회와 어울리려고 애쓰고 있다.

이처럼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늘고 있지만 아직 턱 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의 5% 남짓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주택에서 청년들은 사실상 방치돼 왔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가운데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가 안된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제도는 가족수, 거주기간에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청년 1인 가구는 결과적으로 차별받아 왔다”며 “청년들을 위한 특화된 주택을 더 많이 늘리는 것은 물론, 이들이 고립·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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