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입구역 근처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지하 7층에 있는 카셰어링존 모습. 쏘카 제공
서울시청 앞서 쏘카 앱 켜 쏘카존을 검색한 결과 화면. 쏘카존이 촘촘하게 있음을 보여준다. 쏘카 제공
“에미야! 나 지금 버스 탄다.” 주부 김상해(30·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오늘도 시어머니의 상경 예고 전화를 받자마자 스마트폰의 카셰어링 앱을 켠다. 집에서 100m 정도 떨어진 동네 어귀 카셰어링존의 레이 차종이 당장 이용 가능한 상태라고 뜬다. 예약하기를 누른 뒤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운전석 앞유리에 붙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대자 ‘삐익’ 소리가 나며 문 잠금 상태가 풀린다.
아이와 함께 고속버스터미널로 가 시어머니를 맞는데, 햇감자·옥수수·열무 등을 싼 보따리를 여럿 들고 나오신다.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짐을 내린 뒤 아까 그 주차장으로 가 앱으로 반납하기를 누르자 미리 입력해둔 신용카드에서 6천원 정도 결제된다. 다음 날엔 다시 그 차로 시어머니와 함께 북악스카이웨이를 드라이브했다.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가 인기다. 이용자가 36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용후기를 보면, 출퇴근용으로 쓰지 않는 차를 늘 주차장에 세워두고 세금이나 보험료를 낼 때마다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집 가까이에 카셰어링존이 생겨 차를 처분하고 필요할 때마다 카셰어링을 이용한다는 사례가 많다. 사업자들은 자가용 소유자들의 운행 행태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자가용 대신 카셰어링을 이용하면 연평균 309만원을 절감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 을지로입구역 근처 미래에셋센터원 빌딩 지하 7층의 카셰어링존. 쏘카 제공
카셰어링은 필요한 시간 만큼 비용을 내고 차를 쓰는 서비스다. 그린카가 2011년 먼저 시작했고, 이듬해 쏘카가 가세했다. 최근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알뜰 소비 행태가 확산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기존 렌터카와 비교하면, 기본 30분에 추가 10분 단위로 빌릴 수 있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와 기차역·버스터미널·빌딩 등의 주차장에 카셰어링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게 특징이다.
24시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카셰어링존 근처 사람들은 자가용처럼 쓸 수 있고, 스마트폰 앱으로 예약과 반납, 요금 결제까지 돼 간편하다. 6월 말 현재 쏘카는 전국 2300곳에 카셰어링존을 마련해 5천여대를 배치하고 있고, 그린카는 2250곳에 4100여대를 대기시켜두고 있다. 두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1위 경쟁을 벌이면서 카셰어링존과 배치 차량 수가 빠르게 늘고있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무엇보다 비용이 싸다. 쏘카는 “택시요금보다 싸다”고 강조했다. 쏘카는 20여개 차종을 구비하고 있는데, 10분당 1050원(모닝·스파크)~3650원(그랜드 스타렉스)의 대여료와 1㎞당 160~260원의 주행료를 받는다. 기름값도 주행료에 포함돼 있다. 차량은 ‘대인 무한, 대물 1억원 한도, 자손 1500만원 한도’의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
밤과 주말에는 요금을 깎아주고, 할인쿠폰도 많아 실제 비용은 이보다 적다. 지난 7일 서울 을지로입구역 근처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지하주차장의 쏘카 카셰어링존에서 K3를 빌려 1㎞를 운행한 뒤 반납하자 대여료 1050원과 주행료 170원을 합쳐 모두 1220원이 결제됐다.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장형일씨는 “가끔 궂은 날씨에 짐을 갖고 움직여야 할 때 이용하는데 자가용처럼 쓸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적어 좋다”며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해 차를 갖고 나오지 못하는 경우나, 자가용 없는 집의 주부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쏘카의 분석 결과, 20대가 전체 이용량의 55%, 30대가 34%를 차지하고 있다.
쏘카는 최근 자가용·렌터카·카셰어링 개념을 접목한 ‘제로카셰어링’ 서비스도 내놨다. 1년 단위로 빌린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카셰어링 차로 내놓는 것이다. 쏘카는 카셰어링존을 개인 집 주차장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고, 이용자는 차를 자가용처럼 쓰면서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임대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 임대 수익은 쏘카와 이용자가 절반씩 나눈다. 쏘카는 “렌트비 이상의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카셰어링은 교통 혼잡과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적 가치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카셰어링 차가 한 대 늘 때마다 도로 위 차량을 15대 줄인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자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 권장한다. 쏘카는 서울시 ‘나눔카’ 사업자로 선정됐고, 그린카와 함께 세종시 ‘어울링카’ 사업자로도 지정됐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