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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기업 독점 깨도록 규제 풀어 공정경쟁 유도해야”

등록 2015-06-30 22:23수정 2017-02-07 17:39

[보수-진보 합동토론회] 패널 토론
좌승희 KDI 초빙교수
문어발 확장 막기 위한 업종전문화
되레 대기업 독점력 보호로 전락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
재벌 잘못 엄정 처벌해야 규제되지
규제 푼다고 알아서 탐욕 자제 안해

김진방 인하대 교수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전혀…
재벌 회장 자리는 여전히 대물림

최정표 건국대 교수
재벌 안에서도 삼성이 제일 꼭대기
최강자가 곳곳에 빨대를 꽂고 있어

30일 ‘재벌과 민주주의·시장경제,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나’ 토론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현재 재벌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진보 쪽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재벌이 힘으로 누르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장 활동의 결과가 한쪽으로 쏠린다. 재벌에 중소업체들이 붙어서 사는 구조인데다 재벌 안에서도 삼성이 제일 꼭대기이고 최강자가 곳곳에 빨대를 꽂고 있다. 다른 선진국은 강자도 많고 경쟁이 공정히 이뤄지는 평평한 시장이다. 기울어진 시장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좌승희 KDI 초빙교수,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
왼쪽부터 좌승희 KDI 초빙교수,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
이에 대해 보수 쪽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동의하면서도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 교수는 “삼성이 문제가 된 이유는 ‘온리(only) 삼성’이기 때문이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는다고 (규제로) 차단해놓은 결과, 재벌들이 전부 다 독점 기업이 됐다. 재벌 1세들은 과거 ‘맨땅에 헤딩’을 했지만 오늘날 재벌 2세들은 ‘수익성 있는 거 뭐 있나’ 한다. 이런 기업을 왜 생존시켜야 하나. 서로 들어가서 서로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는 취지에서 시작된 업종 전문화형 규제 등이 오히려 대기업의 독점력을 보호하는 정책 효과를 냈다고 비판했다. 좌 교수는 이런 독점 체제가 성장 유인을 차단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 경쟁을 독려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대기업을 만들었던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야말로 중소·중견기업을 20년 만에 대기업으로 만든 시대다. 잘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 성장 유인을 극대화해야 트리클다운(낙수효과)의 원천을 만들고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은 재벌 규제 완화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전 의원은 “재벌은 개혁하고 적절한 조처 확실히 취하고 잘못은 엄정히 처벌하고 특별사면을 안 해야 규제가 되지, 규제를 풀어주고 마음껏 영업하라고 할 때 알아서 탐욕을 없애고 알아서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지금 동반성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경제가 됐다. 과거 수출 기업을 지원하면 중소기업으로 내려가는 선순환 경제였지만 지금은 지원해봤자 현금 유보금으로만 남을 뿐이지 중소기업이나 하청 업체에는 단가 후려치기나 하고 근로자는 돈 구경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고 강조했다. 보수 쪽 이 전 의원은 같은 성향 토론자로 지목된 좌승희 교수와는 다소 다른 의견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왼쪽부터 김진방 인하대 교수, 최정표 건국대 교수
왼쪽부터 김진방 인하대 교수, 최정표 건국대 교수
진보 성향의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부)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는 재벌 3세들에게 시장과 주주의 승인에 무게중심을 두는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의 발제에 대해 “세상이 바뀌었다 하는데 제가 보기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재벌그룹의 회장 자리는 아버지가 주는 것이고 경영진은 회장이 정하는 것이며 이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보다 더 적절한 규칙과 규제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향후 세상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 안에서도 각기 다양한 층위의 의견이 나오는 데 대해 사회를 맡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은 “이것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처음에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 서로 견해 차이가 클 걸로 예상했는데 공감이 많았다. 경쟁 강화를 강조하는 좌승희 교수 의견이 있었고 경쟁 체제를 제대로 강화하기 위해서 여러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정리했다.

토론 말미에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고려대 교수)은 “극단적 보수를 대표하는 분(박근혜 후보)이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그 밑에 이혜훈 전 의원과 김광두 이사장 등이 있었는데 어찌된 것이냐”고 물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광두 이사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다 전달이 됐지만 이후 왜 집행이 안 됐는지는 저도 잘 모른다. 그래도 이번 정부 들어 재벌 사면은 안 하고 있지 않느냐. 전혀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나 경제가 워낙 나빠지다 보니 그쪽 생각을 하기가 좀 어려운 여건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보수-진보 합동토론회 | 재벌과 시장경제]

▶“정부·시장 위의 재벌…영향력 규제 못하면 허울 민주주의”

▶“대기업 독점 깨도록 규제 풀어 공정경쟁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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