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를 주제로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동주최한 합동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 내빈들이 함께 손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진방 인하대 교수, 최정표 건국대 교수, 박영선 국회의원, 김덕룡 전 국회의원, 김한길 국회의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이혜훈 전 국회의원,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재벌과 시장경제’ 첫 토론회…진보-보수 이분법 허물다
보수 성향의 신광식 연세대 교수는 현 정치권이 재벌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유착됨으로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모두 위기에 빠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보 쪽의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이슈였던 2012년 대선에서 야당이 패배한 것은 ‘선명성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며, 보수와 진보 모두 상대방만 비판하면서 같은 편 내부에서는 토론과 비판을 금기시해왔다고 반성했다.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는 국가미래연구원과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경제개혁연대·경제개혁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월례 연속 합동토론회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의 첫번째 행사가 ‘경제권력(재벌)과 민주주의·시장경제,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나’를 주제로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려, 발표자와 토론자들 모두 기존의 ‘진영논리’를 깨는 솔직하고 날카로운 주장을 폈다.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친재벌에서 친시장으로의 전환’이라는 발표에서 “대기업들과 이익집단들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정치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의 이익을 보호·강화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면 민주주의 이상은 허울일 뿐”이라며 “정치가 제 역할을 하려면 대기업이나 상층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반영해주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한데, 우리의 정치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고 ‘정경유착’의 폐해를 지적했다.
신 교수는 “우리 정치는 재벌들의 과도한 영향력을 통제하지 못했고, 재벌 주도 성장과 낙수효과를 내세워 친기업 정책을 펴왔으며, 빈번히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대기업들과 엘리트들의 이익에 맞게 시장을 형성·관리해왔다”며 “이런 정치-재벌의 관계로는 경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진정한 민주주의·시장경제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치는 빈번히 국민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재벌 기업들의 이익에 맞게 시장을 형성·관리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대표 사례”라고 비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재벌, 시장과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거듭나야’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한국의 진보진영은 정부의 역할 강화를 주창하면서도 정작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경우에도 그 수단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정책 하나하나의 효과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정책체계 전체의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며 “경제민주화가 최대 이슈였던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실현 가능성에서도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선명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선명성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벌 개혁을 비롯한 경제민주화는 혁명이 아닌 진화의 과정이어서 세심하고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진영논리에 빠져 있어 상대편의 논리에는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도 같은 편의 허점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하고, 같은 편 내부에서는 토론과 비판을 사실상 금기시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서강대 석좌교수)이 사회를 맡고,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최정표 건국대 교수, 김진방 인하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보수-진보 합동토론회 | 재벌과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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