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정책을 실시하면서 산업화에 따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책임경영(CSR)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중국 당국과 산업별 협회는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보고서 발간을 장려하는 한편, 기업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독려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는 ‘조화 사회’, 즉 사람·사회·환경·경제를 아우르는 발전을 정책 과제로 제시하며, 사회안전망 확충, 민생 개선 등에서의 기업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사회책임경영이 본격 도입된 지 10여년이 흐른 지금,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은 어디에 서 있을까?
아시아미래포럼(22~23일) 연사로 초청된 첸샤오쥔 중국 칭화대 교수는 중국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해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최근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기업이 급증하는 등 양적으로는 성장했으나 아직까지 질적으로는 미흡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첸 교수는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이 풀어야 할 과제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중국 기업가들의 그릇된 인식이다. 아직까지 상당수 중국 기업가들은 사회책임경영을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나 기부로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첸 교수는 사회공헌 활동은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과 무관한 경우가 많아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사회책임경영은 기업이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기업의 장기적 경영전략에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체계적인 전략 부족이다. 좋은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업이 명확한 사회책임경영 비전을 세우고 ‘올해는 무엇을 했고 내년, 내후년에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중국 기업들은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 없이 해마다 잘한 일을 중복해 서술하거나, 잘하지 못한 일은 아예 기록하지 않으려 한다. 사회책임경영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서 충분하지 못했고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지, 기업 스스로 냉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외부지향적인 사회책임경영이다. 지난해 중국 저장성과 칭다오 등지에서 기업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크고 작은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첸 교수는 이 사건들의 원인을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이 외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내부 문제에는 소홀한 데 있다고 본다. 기업은 직원의 안전과 복지, 나아가 공급망(협력업체)의 노동 환경 같은 내부 이해관계자 문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들의 참여가 없는 사회책임경영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첸 교수는 “중국에서는 산업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앙정부뿐 아니라 기업, 지방정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의 국외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중국 정부가 국외 투자 기업을 지원할 때 사회책임경영 성과를 반영하는 등 사회책임경영의 범위 또한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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