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기업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이 지난해 5월 미 의회 청문회에 섰다. 혐의는 ‘조세 회피’였다.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는 2009년부터 4년 동안 애플이 해외에서 740억달러(약 79조원·이하 2012년 말 환율 기준)를 벌여들였으나 세금은 거의 내지 않았다고 그를 몰아붙였다. 예컨대 조세회피처 가운데 하나인 아일랜드에 둥지를 튼 자회사 ‘애플 오퍼레이션스 인터내셔널’(AOI)은 같은 기간 300억달러의 이익을 냈으나, 한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았다. 의회의 추궁에 팀 쿡은 애플이 미국과 해외에서 모두 정해진 법에 따라 세금을 냈다고 항변했다.
되레 그는 의회에 한 가지 요구를 했다. 35%(지방세 포함 39.2%)인 법인세 최고세율이 너무 높으니, “20%대 중반”으로 낮춰달라는 거였다. 아이폰 등을 팔아 애플은 2012년 미국에서만 197억달러(21조609억원) 이익을 내 60억달러(6조4236억원)를 세금으로 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애플의 이익 중 세금의 비중을 뜻하는 유효세율(법인세 비용/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30.5%였다. 실효세율로도 불리는 유효세율은 낮을수록 내는 세금이 적다.
삼성 세부담, 애플의 절반
팀 쿡의 바람은 한국에선 현실이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그의 요구치보다도 낮은 22%(지방세 포함 24.2%)다. 그렇다면 세계 1위 기업(주식가치총액 기준)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전자(이하 삼성)는 이익 중 얼마를 세금으로 낼까?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은 2012년에 20조7479억원의 순이익을 내 세금으로 3조3493억원(이하 개별 사업 및 감사 보고서 기준)을 냈다. 삼성이 밝힌 유효세율은 16.1%에 그쳤다. 실제 국세청에 납부한 금액이 아닌 해외 법인 등을 뺀 회계 기준상 ‘법인세 비용’이긴 하지만, 삼성의 세부담은 애플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에선 의회 차원에서 자국의 최대 기업이 나라 안팎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는지 조사해 청문회를 열고 최고경영자를 불러내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삼성의 세부담이 애플에 견줘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미국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고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지방세 포함 25.6%)보다 낮다.
두번째 이유는 ‘세금 할인혜택’이라 할 수 있는 비과세 감면을 삼성이 애플에 견줘 더 많이 누리기 때문이다. 삼성의 유효세율은 지방세 포함 최고세율의 67% 수준이지만, 애플의 유효세율은 이보다 높은 78%다. 비과세 감면이 한국과 미국 간 최고세율의 차이 이상으로, 삼성과 애플의 세부담 차이를 더 벌어지게 하는 이유다. 삼성이 받은 비과세 감면 혜택은 2012년 법인세 비용의 절반이 넘는 1조8715억원(회계상 세액공제)이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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