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MB정부선 ‘민영화’ 결정
현 정부선 ‘공공기관’ 재지정 예정
현 정부선 ‘공공기관’ 재지정 예정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1954년 설립 뒤 1960~70년대까지 철강, 조선 등 기간산업 지원에 중점을 뒀다. 1976년 설립된 수출입은행은 중화학공업과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에, 1992년 설립된 무역보험공사는 그에 대한 보험 지원에 집중해 왔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이처럼 과거 개발 위주 시대에 짜인 기본 골격에 새 목표가 추가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그만큼 변화가 쉽지 않았다.
또 5년에 한 번씩 정권이 교체되면 ‘창조경제’ 같은 새 목표에 맞춰 동시다발적인 지원책을 내놓으며 중복 문제를 일으켰다. 시중은행과 업무상 마찰을 일으키는 문제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 민영 체제로 바뀌기로 돼 있던 산업은행은 이번 정부 들어 다시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될 예정이다. 2009년 산업은행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는 다시 산업은행에 합병될 처지에 놓여 있다. 주무 부처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으로 다양해 컨트롤타워(지휘부)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먼저 정책금융 역할의 과도함이 지목된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상임자문위원은 “옛날에는 정책금융으로 산업을 키웠는데 지금은 커져버린 공룡(거대기업)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정책금융은 금융이 시장 원리에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임의로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요술 방망이’처럼 모든 문제에 정무적 차원의 해결 수단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시장에 맡겨놓으면 금융의 온기가 미치지 않는 ‘시장의 실패’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데 지금 대기업 시장은 실패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별로 없다. 시장의 실패는 아래쪽에서 나타나고 있고 정책금융의 관심은 그쪽으로 옮겨가야 한다. 자금 지원보다는 정보의 생산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평가가 쉽지 않아 정책금융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기업정보 인프라(기반) 구축에 정책기관이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부문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은 “워낙 규모도 크고 역사가 긴 우리나라 정책금융기관들이 오랜 관계를 가져온 대기업을 하루아침에 끊어내긴 어렵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를 빼면 정책금융 지원 없이는 어려운 상태다. 전략 산업 지원에 집중하는 ‘박정희식 모델’의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줄이자고도 할 수 없다. 대기업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작은 몸집, 유연한 조직으로 분사화하는 변신을 해야 하고, 중소기업 지원은 혁신형 고위험 중소기업 금융과 소상공인 금융을 분리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기획 취재]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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