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는 지원금 중소기업으로
돌리는 것만이 해결책 될 수 없어
16조원 국가연구비 부실 관리 개선돼야
돌리는 것만이 해결책 될 수 없어
16조원 국가연구비 부실 관리 개선돼야
“중소기업 가운데 크고 싶은 곳은 국가랑 엮이고 싶지 않으려 한다. 정부로부터 돈을 받으면 그것 가지고 살 방법을 찾게 되고, 평가를 받으면서 여러 사람 의견을 듣다 보면 연구 과제가 산으로 간다.”
8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한 정보통신 기업의 강아무개 사장은 머뭇거리지 않고 “정부 돈을 받으면 기업이 산으로 간다”고 했다. “3년 짜리 지원을 받으면 반년마다 보고도 있고, 연차 보고도 있고, 평가하는 교수님들이 와서 뭐라고 하고 간섭이 많다. 나는 개발하고 싶은게 예를 들어 에이(A)인데, 와서 한마디씩 하다보면 기술의 방향이 큰 것을 향하게 되고, 상품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결국 강 사장도 정부 연구개발 지원을 받다가, 최근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티 쪽은 변화속도도 빠른데, 정부 알앤디는 3년 동안 하기 때문에 1년만 하고 개발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정부 연차 보고는 꾸준한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시장을 놓친다. 그러니 돈이 될 것 같은 것은 내 돈 주고 한다.”
강 사장이 떠난 빈 자리는 이른바 ‘장학생 기업’이 채운다. 중소 기업계에서는 정부 부처를 돌며 연구개발비를 타내 그것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곳을 ‘장학생 기업’이라 부른다.
매출 수백억원대의 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담당 전무는 “장학생 기업은 사업을 못하고 실패하는데도 여기저기서 정부 돈 타다 쓰는 곳이다. 기업에 세번 정도 기회를 주고 안되면 지원을 안하든지 해야하는데, 그게 안되니 거기는 연구로만 먹고 산다”고 했다. 서울 지역 한 공대 교수도 “1년에 15억원씩 연구개발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사장을 아는데, 7년 동안 하는 척만 한 뒤 10년 있다가 문을 닫았다. 지원금으로 산 장비까지 팔아 치우고 지금은 떵떵거리고 산다”고 전했다.
대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미 16조원이 넘는 국가연구비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8개 부처에 연구과제 선정과 연구비 집행·관리, 연구비 정산·환수 등에 대해 개선 권고 사항을 낸 바 있다. 과제 기획에 참여한 사람이 그 연구과제를 수주하는 등의 사례가 빈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평가위원 풀을 정부가 통합관리하고, 연구장비를 중복구입하지 않게 하는 등 연구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라는 개선책이었다.
앞서 말한 교수는 “다른 나라에선 세제 지원이나 벤처 건물 임대를 싸게 해주는 등의 지원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냥 돈을 주니 전부 벤처기업이 정부돈 받으려고 입만 벌리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매해 쓰이는 16조원의 세금은 안녕할까?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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