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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대차 그린카·삼성 그래핀…나랏돈 쏟아 기업제품 개발

등록 2014-02-03 20:37수정 2014-02-06 10:31

※ 그래픽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② 연구개발 보조금


“그런데 왜 꼭 대기업하고 연관지어서 해야 됩니까? … 대기업하고 이렇게 연계해 개발하면 결국 종속적인 관계가 된다, 이것을 염려하는 것 아닙니까?”(전하진 새누리당 의원)

“대기업하고 연계해서 기술 개발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기업에만 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다른 글로벌 기업하고도 부품 공급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집니다.”(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지난해 11월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 3조원이 넘는 산업통산자원부 연구개발(R&D) 자금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문제는 그린카 등 수송시스템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그린카 사업)을 두고 불거졌다. 그린카 사업은 친환경 고효율 자동차 및 조선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국책 연구사업이다. 국회의원들은 그린카 사업을 통해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 예산이 지원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허남용 산업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완성차 전체의 스펙(기준)이 정해져 있고 그 스펙을 부품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일정한 롤(역할)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대기업에 연구개발 지원을 하는 것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잘 들어보면 대기업하고 같이 연계된다는 것은 그 대기업의 하청 개발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거예요. 그렇지 않습니까?”(전하진 의원)

전기차·스마트카 만드는데
현대차 등에 연 수백억
삼성 주도하는 신소재 개발도
올 지원금 110억으로 늘어

정부는 사업 성과내기 쉽고
중소기업은 대기업 눈치
대기업은 돈과 성장동력 챙겨
서로 편한 ‘삼각동맹’ 탓
재벌 위주의 한국경제 고착화

“대기업하고 중소기업, 학교, 연구소 이렇게 연계되어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 말씀하시는 원천기술 개발이나 독자적인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또 있습니다.”(김재홍 차관)

전하진 의원은 “그러니까 이것(대기업에 대한 직접지원 예산으로 추정되는 76억원)은 삭제(삭감)하자는 이야기를 지금 하는 거예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견기업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국가가 서포트(지원)하는 것은 상식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기술)을 사고파는 데 있어서 중견기업이 예를 들어 포드에 갖다 팔 수도 있는 것이고, 에이·비·시라는 회사에 갖다가 팔 수도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것을 꼭 현대하고 같이 묶어서 개발해서 팔아야 될 이유는 없는 거잖아요?”

김재홍 차관은 바로 반박했다. 그는 “완성차 업계가 독자적으로 그런 연구개발을 해서, 협력기업하고 해가면 아무 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그런데 그렇게 갈 수가 없지요”라고 했다.

정부는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가 독자적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전 의원은 놓치지 않았다. “그것을 왜 정부가 걱정하십니까? 기업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현대에서 수소차도 개발했던데요. 어떤 기업이 그것을 안 합니까? 자기들이 먹고살려면 당연히 하는 것이지요. 정부가 왜 거기까지 신경을 써줍니까?”

국회의 작은 회의실을 후끈 달군 ‘그린카 사업’은 2009년 시작됐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조선 등에 전략적인 지원을 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목적이었다. 전기차와 스마트카 등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연구개발 과제를 내고, 이에 응한 기업과 연구소 등에 자금을 지원했다. 2012년 1074억원을 기업과 연구소·대학 등에 나눠 줬고, 지난해에는 926억원의 세금을 투입했다.

이를 분석한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정부의 막대한 직접지원금이 대기업 위주 산업에 흘러가는 점을 짚는다. 지난해 7월 예정처가 낸 ‘국가 아르앤디 사업 관리실태 평가’ 보고서를 보면, 그린카 사업은 2011년 정부 연구비 가운데 51.4%가 대기업에 지원됐고, 2011~2012년 기술실시계약 67건 가운데 40.3%인 27건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대기업과의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대기업에 지원한 연구비가 많고, 그 성과 또한 대기업이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정처는 특히 현대차 기업집단에 의해 수행된 사업 비중이 2011년 과제수 기준으로 26%, 정부 연구비 기준으로 30.9%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산업통상위는 지난해 말 2014년 그린카 사업 예산을 12억원 삭감하는 데 그쳤다. 전순옥 의원실의 조영학 보좌관은 “예산소위가 끝난 뒤 산업부 공무원이 찾아와서 한참 동안 원안대로 예산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업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예산소위 마지막 회의에서 산업부가 예산안을 조금 조정해 12억원을 삭감했다”고 했다.

그린카 연구개발 사업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 쪽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종덕 산기평 스마트카 피디는 “자동차는 부품만 가지고는 기능할 수 없는 제품이다. 부품도 완성차에 납품해야 상품이 되니 대기업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수출도 국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 실적이 있어야 가능하다. 대기업을 빼자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고 말했다. 마형렬 산기평 책임연구원도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함께 (연구개발 컨소시엄을) 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중소업체가 부품을 개발해봤자 현대차와 맞지 않으면 판로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나 산기평이 대기업에 참여를 요청하기도 한다. 마 연구원은 “대기업도 연구개발비를 달라고 하진 않는다. 우리가 가서 함께해달라고 얘기한다.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으면 (투자한 연구비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삼각동맹’ 구조다. 예산을 쓰는 공무원 처지에서는 사업 성과로 ‘포장’할 수 있는 대기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대기업은 연구개발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산업계 기술개발 동향에 밝은 한 변리사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공무원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선호하게 된다”고 했다.

문제는 서로에게 편한 이런 삼각동맹이 한국 경제를 재벌 위주의 생태계로 고착시킨다는 점이다. 이미 다 커버린 큰 나무에 계속 물과 양분을 주면, 그 밑에 있는 나무들은 큰 나무의 그늘 때문에 더 클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개발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산업부의 그린카 사업도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저렇게 돈을 투입한다고 해서 산업 전반에 효과가 있을까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가 250억원을 들여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사업이 있다. 이 보조금을 보고 베엠베(BMW)나 르노삼성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했다. 기업에 직접 돈을 주는 방법만이 아니라 구매 보조금 등을 통해 충분히 기술개발과 기업의 제품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카 사업은 올해 예산 규모가 줄었지만, 대기업 위주의 정부 연구개발 지원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전순옥 의원(민주당)은 올해 2년째를 맞는 그래핀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을 대기업에 돈을 퍼주는 사업으로 본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강철보다 강도는 200배 강해 미래 신소재로 각광받는 소재다. 2012년 지식경제부가 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 전 의원은 국회 지식경제위 예결소위에서 “그래핀 사업은 삼성에서 이미 다 하고 있다”며 20억원 예산 지원을 반대했다. 하지만 윤상직 산업부 장관(당시 차관)이 예산 증액을 요청했고, 국회는 일부 받아들여 20억원을 늘려 예산을 40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그래핀 사업의 5개 과제 수행기관에 삼성테크윈과 포스코 등 대기업 2곳이 뽑혔다. 이들은 지난해 각각 10억원과 8억8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전순옥 의원은 “삼성이 보유한 그래핀 특허는 407건으로, 미국 아이비엠(IBM·134건)의 3배가 넘는다. 수십조원의 이익을 내는 삼성에 국가가 연구개발비를 지원해줘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올해엔 그래핀 사업에 110억원이 투입된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 #235] ‘말로만 경제민주화’ 대기업으로 나랏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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