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국민선언을 위한 거리서명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제민주화와 나
⑥ 내가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나선 이유
⑥ 내가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나선 이유
재벌은 야누스적 존재, 찬양만 해선 미래가 없다
기고 / 김상조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오늘 글은 가급적 쉽게 써 보려고 한다. 딱딱한 이론과 지겨운 숫자를 잔뜩 늘어놓는 것은 ‘경제민주화와 나’라는 이번 기획의 취지에 맞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경제민주화와 나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한국의 대표 철밥통 중 하나인 대학교수가 재벌개혁 내지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 나선 데에 무슨 숨은 사연이 있는가? 솔직히 말해, 없다. 박사학위 논문이 금융에 관한 것이었는데, 한국의 금융을 공부하다 보니 그 자금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재벌로 관심대상이 확대되었을 뿐이다.
물론 학문적 관심만으로 경제개혁연대 소장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12년째 나를 이 일에 묶어 두고 있는 족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식인의 자기검열’ 현상에 대한 거부감이다. 학자와 언론인의 역할이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대부분은 소금의 역할을 포기했다. 재벌은 명과 암을 동시에 지닌 야누스적 존재인데, 그 밝음을 찬양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아도 그 어두움을 비판하는 사람은 그렇게 적은 이유가 뭔가?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처럼 물리적 탄압이 무서워 입을 닫은 게 아니다. 내가 재벌개혁운동을 하는 동안 신변의 위협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알아보는 사람이 꽤나 많아지다 보니 술 먹고 꼬장 부리는 식의 삶은 진작 포기했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 한국이 무법천지의 저개발국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자기검열이다. 시쳇말로, 알아서 기고 있다. 한국경제 나아가 한국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경제권력, 즉 재벌에 스스로 투항한 것이다.
지식인들 대부분 소금 역할 포기
재벌권력에 스스로 투항하고 말아
한쪽 주장만 있으면 현실진단 왜곡
그래서 재벌에 잔소리꾼 자처 그 예는 수도 없이 많지만, 생명보험사 상장 논란의 경우를 보자. 천문학적 액수의 상장차익을 주주가 독식해서는 안 되고 보험계약자에게도 나누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9년 1차 논란 때는 상당히 많은 보험학자들이 직간접적으로 도와주었다. 2003년 2차 논란 때는 10여명으로 확 줄어들더니, 2006년 3차 논란 때는 달랑 2명의 보험학자만 남았다. 그렇게 해서 보험업계의 주장 그대로 결론이 내려졌고, 지금 10조원이 넘는 이건희 회장의 재산 중 절반은 삼성생명 상장으로부터 나왔다. 보험회사의 사외이사나 자문역을 맡지 않는 보험학자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한국이 재벌공화국, 더 나아가 삼성공화국이 된 증거가 바로 이거다. 내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안에서 지식인들의 의견이 한 방향으로만 쏠리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삼성에 좋은 것이 대한민국에도 좋다’는 식의 주장만이 횡행한다면, 우리의 현실 진단은 왜곡되고 우리의 선택 대안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재벌에 대한 잔소리꾼을 자처하고 있다. 한편, 재벌개혁이 아무리 중요한 과제라고 하더라도 이게 경제민주화의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줄은 알겠는데,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의문에 답이 필요하다. 결국 하도급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으로 요약되는 양극화 문제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재벌개혁과 양극화 해소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고, 양극화 해소가 경제민주화의 본령이다”는 나의 언급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학교에서 한국경제론을 강의할 때 재벌의 폐해 부분에서는 어수선하기만 하던 학생들이 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자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그 비싼 등록금을 대주시는 부모님의 모습, 나의 불안한 미래가 거기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펙 쌓기만으로는 ‘사다리는 없고 미끄럼틀만 있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걸 철없는 학생들도 직감하고 있다. 사다리는 없고 미끄럼틀만 있어
성장 낙수효과는 허구로 전락
양극화 해소가 경제민주화의 본령
재벌도 사회규칙 안에 들어와야 양극화의 원인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정보기술(IT)혁명과 세계화 등으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를 지적한다. 맞다. 그러나 이는 만국 공통의 요인인데, 이것만으로 한국의 유례없는 양극화 심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출 대기업은 잘나가는데 내수 중소기업은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는 또다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 상당수가 조립가공 업종에 몰려 있다. 업종의 특성상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와의 네트워크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돈 되는 건 몽땅 계열사에 몰아주고, 나머진 하도급 거래를 통해 중소기업의 저임금을 따먹는 식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면 어찌 되겠는가? 중소기업은 영세화의 질곡을 벗어날 수 없고, 거기서는 저임금·비정규직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만 만들어질 것이고, 거기서도 밀려난 사람들은 생계형 자영업자로 퇴적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박정희 성장모델의 핵심인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21세기 한국경제에선 이데올로기적 허구로 전락했다고 내가 떠들고 다니는 이유다. 내가 이 논리를 완벽하게 증명한 건 아니다. 비판과 반론이 많을 줄 안다. 그러나 산업간, 대·중소기업간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양극화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이 문제는 규제를 완화하여 재벌의 투자를 활성화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에 정책자금을 퍼붓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에 재벌 총수와 중소기업 사장들을 불러 모아놓고 상생협력대회를 연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갑을 관계에서 갑의 시혜적 조치로 을이 행복해지는 경우를 본 기억이 없다. 시혜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재벌들로 하여금 사회가 정한 규칙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재벌이 협력의 규칙을 지키면 상을 주고, 그 규칙을 깨면 벌을 주어야 한다. 특히 전자의 당근에 못지않게 후자의 채찍이 갖는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게 재벌개혁의 의미이고,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래서 현행 법제도를 엄격하게 집행함과 동시에 총수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재벌개혁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물론 공자님 말씀이다. 그러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게 뭐가 있겠나. 몰라서 못한 게 아니라, 알고도 못한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등 구체적인 정책수단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진행되고 있지만, 신상필벌의 간명한 원칙을 일관되게 집행할 의지와 준비가 없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어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못했을뿐
대통령의 일관된 집행의지가 중요
우리 모두 훌륭한 유권자가 되자 장하준 교수 등은 재벌개혁론을 변장한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비판만은 수용할 수 없다. ‘아무리 부정해도, 근본은 신자유주의다’라고 할지 모르나, 이러면 토론이 불가능하다. 나아가 적전분열(敵前分裂)하여 공도동망(共倒同亡)하는 우를 범할 뿐이다. 한편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도급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의 공통점은, 일대일의 계약 관계에서는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 있는 다수가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법적 기반과 인프라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는 담합과 진입장벽의 여지를 갖고 있고 구조조정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결코 간단하게 판단할 사안이 아니지만, 그 현실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규칙을 정립하지 않고서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양극화 해소는 괜찮은 일자리 만들기로 모아진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발전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양극화 해소는 불가능하며, 복지정책이 이 모든 부담을 짊어질 수도 없다. 재벌 중심의 낙수효과 논리로 회귀하거나 선거용 선심성 지원 대책을 되풀이해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는 단임 대통령의 임기 5년 내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의 목표 100점 중에서 5년 동안 50점만 해도 훌륭한 대통령이다. 훌륭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든 싫든 그 대통령이 서둘지 않고 뚜벅뚜벅 갈 수 있도록 견인하는 유권자의 인내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 훌륭한 유권자가 되자. 그것이 경제민주화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끝> 기고 / 김상조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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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권력에 스스로 투항하고 말아
한쪽 주장만 있으면 현실진단 왜곡
그래서 재벌에 잔소리꾼 자처 그 예는 수도 없이 많지만, 생명보험사 상장 논란의 경우를 보자. 천문학적 액수의 상장차익을 주주가 독식해서는 안 되고 보험계약자에게도 나누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9년 1차 논란 때는 상당히 많은 보험학자들이 직간접적으로 도와주었다. 2003년 2차 논란 때는 10여명으로 확 줄어들더니, 2006년 3차 논란 때는 달랑 2명의 보험학자만 남았다. 그렇게 해서 보험업계의 주장 그대로 결론이 내려졌고, 지금 10조원이 넘는 이건희 회장의 재산 중 절반은 삼성생명 상장으로부터 나왔다. 보험회사의 사외이사나 자문역을 맡지 않는 보험학자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한국이 재벌공화국, 더 나아가 삼성공화국이 된 증거가 바로 이거다. 내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안에서 지식인들의 의견이 한 방향으로만 쏠리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삼성에 좋은 것이 대한민국에도 좋다’는 식의 주장만이 횡행한다면, 우리의 현실 진단은 왜곡되고 우리의 선택 대안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재벌에 대한 잔소리꾼을 자처하고 있다. 한편, 재벌개혁이 아무리 중요한 과제라고 하더라도 이게 경제민주화의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줄은 알겠는데,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의문에 답이 필요하다. 결국 하도급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으로 요약되는 양극화 문제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재벌개혁과 양극화 해소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고, 양극화 해소가 경제민주화의 본령이다”는 나의 언급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학교에서 한국경제론을 강의할 때 재벌의 폐해 부분에서는 어수선하기만 하던 학생들이 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자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그 비싼 등록금을 대주시는 부모님의 모습, 나의 불안한 미래가 거기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펙 쌓기만으로는 ‘사다리는 없고 미끄럼틀만 있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걸 철없는 학생들도 직감하고 있다. 사다리는 없고 미끄럼틀만 있어
성장 낙수효과는 허구로 전락
양극화 해소가 경제민주화의 본령
재벌도 사회규칙 안에 들어와야 양극화의 원인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정보기술(IT)혁명과 세계화 등으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를 지적한다. 맞다. 그러나 이는 만국 공통의 요인인데, 이것만으로 한국의 유례없는 양극화 심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출 대기업은 잘나가는데 내수 중소기업은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는 또다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 상당수가 조립가공 업종에 몰려 있다. 업종의 특성상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와의 네트워크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돈 되는 건 몽땅 계열사에 몰아주고, 나머진 하도급 거래를 통해 중소기업의 저임금을 따먹는 식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면 어찌 되겠는가? 중소기업은 영세화의 질곡을 벗어날 수 없고, 거기서는 저임금·비정규직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만 만들어질 것이고, 거기서도 밀려난 사람들은 생계형 자영업자로 퇴적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박정희 성장모델의 핵심인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21세기 한국경제에선 이데올로기적 허구로 전락했다고 내가 떠들고 다니는 이유다. 내가 이 논리를 완벽하게 증명한 건 아니다. 비판과 반론이 많을 줄 안다. 그러나 산업간, 대·중소기업간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양극화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이 문제는 규제를 완화하여 재벌의 투자를 활성화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에 정책자금을 퍼붓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에 재벌 총수와 중소기업 사장들을 불러 모아놓고 상생협력대회를 연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갑을 관계에서 갑의 시혜적 조치로 을이 행복해지는 경우를 본 기억이 없다. 시혜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재벌들로 하여금 사회가 정한 규칙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재벌이 협력의 규칙을 지키면 상을 주고, 그 규칙을 깨면 벌을 주어야 한다. 특히 전자의 당근에 못지않게 후자의 채찍이 갖는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게 재벌개혁의 의미이고,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래서 현행 법제도를 엄격하게 집행함과 동시에 총수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재벌개혁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물론 공자님 말씀이다. 그러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게 뭐가 있겠나. 몰라서 못한 게 아니라, 알고도 못한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등 구체적인 정책수단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진행되고 있지만, 신상필벌의 간명한 원칙을 일관되게 집행할 의지와 준비가 없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어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못했을뿐
대통령의 일관된 집행의지가 중요
우리 모두 훌륭한 유권자가 되자 장하준 교수 등은 재벌개혁론을 변장한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비판만은 수용할 수 없다. ‘아무리 부정해도, 근본은 신자유주의다’라고 할지 모르나, 이러면 토론이 불가능하다. 나아가 적전분열(敵前分裂)하여 공도동망(共倒同亡)하는 우를 범할 뿐이다. 한편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도급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의 공통점은, 일대일의 계약 관계에서는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 있는 다수가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법적 기반과 인프라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는 담합과 진입장벽의 여지를 갖고 있고 구조조정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결코 간단하게 판단할 사안이 아니지만, 그 현실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규칙을 정립하지 않고서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양극화 해소는 괜찮은 일자리 만들기로 모아진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발전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양극화 해소는 불가능하며, 복지정책이 이 모든 부담을 짊어질 수도 없다. 재벌 중심의 낙수효과 논리로 회귀하거나 선거용 선심성 지원 대책을 되풀이해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는 단임 대통령의 임기 5년 내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의 목표 100점 중에서 5년 동안 50점만 해도 훌륭한 대통령이다. 훌륭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든 싫든 그 대통령이 서둘지 않고 뚜벅뚜벅 갈 수 있도록 견인하는 유권자의 인내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 훌륭한 유권자가 되자. 그것이 경제민주화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끝> 기고 / 김상조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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