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돌아본 금융시장
상반기 거침없는 하이킥 ‘차화정’ 주도 최고치 경신 소외된 ‘온달주’까지 주목
하반기 미국·유럽이 찬물 예측가능 ‘네온스완’ 공포 전세계 금융시장 흔들어
한국증시 세계가 주목 세계경기 선행지수 간주 ‘닥터 코스피’라 불리기도 올 한해 주가흐름 그림을 보면 높이가 다른 두 개의 산을 이어놓은 듯하다. 8월 이후 폭격을 맞은 듯 산등성이가 내려앉아 있다. 증시 폐장을 하루 앞둔 28일 증권가에서는 올 한해를 앞문에서 호랑이(미국)를 막고 있으니 뒷문으로 이리(유럽)가 들어오는 ‘전호후랑’(前虎後狼)의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와 비슷하게 됐다는 ‘묘호류견’(描虎類犬)으로 압축된다”고 말했다. ■ 차화정 공주와 바보 온달 상반기는 거침없는 하이킥 장세였다.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업종)이라는 주도주에 힘입었다. 지난해 투자자문사들이 주가를 끌어올린 엘지(LG)화학 등 ‘7공주’ 주식의 후속판이었다. 1970년대 초 미국 증시에서 기관들의 집중매수로 주가가 급등한 ‘50공주’를 연상케 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고의 인기 기업에 투자하려는 욕망이 거품을 만들어내는 역사가 되풀이됐다”고 설명했다. 공주만 빛나기보다 소외된 내수주 등 바보 ‘온달주’로 온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무렵 유동성 파티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 네온스완에 눈멀다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8월 초에 타결됐지만 곧바로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블랙스완이 아닌 네온스완이 위험하다’는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이 주목을 받았다. 예측하기 힘든 위험을 뜻하는 ‘블랙스완’과 달리, 미국 부채 문제는 빛나는 네온사인처럼 예측가능한 사건인데도 설마하며 무시하다 화를 자초한다는 경고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네온스완의 강렬한 빛이 되레 사람의 눈을 멀게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코스피와 원화, 세계가 주목 8~9월 코스피의 변동성이 독일 주가지수 다음으로 높아지자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를 세계경기의 선행지수로 간주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은 한국 지수가 미국 주가의 방향을 미리 알려준다며 ‘닥터 코스피’로 부른다”고 전했다. 9월 중순 들어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를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빅스’(VIX) 통화라고 보도했다.
증권가는 투자자들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8월말 보고서에 “자본주의가 우리를 더이상 지켜주지 못할 거라는 근본적 의심이 시장에 깔려 있는지 모른다”고 썼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랑이같이 예리하게 근본적인 변화를 읽어내고 소같이 우직하게 행동하는 호시우보(虎視牛步)를 새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 안철수연구소 돌풍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증시에서도 안철수 열풍이 몰아쳤다.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올해 초 1만9300원에서 28일 현재 12만900원으로 6배 넘게 올랐다. 정치인테마주는 대부분 투기성이 강하다. 다만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기업과 최대주주의 신뢰성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기업들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적합한가를 시험받고 있다”며 “주가는 기업들이 돈을 얼마나 버느냐 이상의 의미를 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분석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하반기 미국·유럽이 찬물 예측가능 ‘네온스완’ 공포 전세계 금융시장 흔들어
한국증시 세계가 주목 세계경기 선행지수 간주 ‘닥터 코스피’라 불리기도 올 한해 주가흐름 그림을 보면 높이가 다른 두 개의 산을 이어놓은 듯하다. 8월 이후 폭격을 맞은 듯 산등성이가 내려앉아 있다. 증시 폐장을 하루 앞둔 28일 증권가에서는 올 한해를 앞문에서 호랑이(미국)를 막고 있으니 뒷문으로 이리(유럽)가 들어오는 ‘전호후랑’(前虎後狼)의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와 비슷하게 됐다는 ‘묘호류견’(描虎類犬)으로 압축된다”고 말했다. ■ 차화정 공주와 바보 온달 상반기는 거침없는 하이킥 장세였다.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업종)이라는 주도주에 힘입었다. 지난해 투자자문사들이 주가를 끌어올린 엘지(LG)화학 등 ‘7공주’ 주식의 후속판이었다. 1970년대 초 미국 증시에서 기관들의 집중매수로 주가가 급등한 ‘50공주’를 연상케 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고의 인기 기업에 투자하려는 욕망이 거품을 만들어내는 역사가 되풀이됐다”고 설명했다. 공주만 빛나기보다 소외된 내수주 등 바보 ‘온달주’로 온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무렵 유동성 파티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 네온스완에 눈멀다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8월 초에 타결됐지만 곧바로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블랙스완이 아닌 네온스완이 위험하다’는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이 주목을 받았다. 예측하기 힘든 위험을 뜻하는 ‘블랙스완’과 달리, 미국 부채 문제는 빛나는 네온사인처럼 예측가능한 사건인데도 설마하며 무시하다 화를 자초한다는 경고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네온스완의 강렬한 빛이 되레 사람의 눈을 멀게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코스피와 원화, 세계가 주목 8~9월 코스피의 변동성이 독일 주가지수 다음으로 높아지자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를 세계경기의 선행지수로 간주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은 한국 지수가 미국 주가의 방향을 미리 알려준다며 ‘닥터 코스피’로 부른다”고 전했다. 9월 중순 들어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를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빅스’(VIX) 통화라고 보도했다.
증권가는 투자자들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8월말 보고서에 “자본주의가 우리를 더이상 지켜주지 못할 거라는 근본적 의심이 시장에 깔려 있는지 모른다”고 썼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랑이같이 예리하게 근본적인 변화를 읽어내고 소같이 우직하게 행동하는 호시우보(虎視牛步)를 새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 안철수연구소 돌풍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증시에서도 안철수 열풍이 몰아쳤다.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올해 초 1만9300원에서 28일 현재 12만900원으로 6배 넘게 올랐다. 정치인테마주는 대부분 투기성이 강하다. 다만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기업과 최대주주의 신뢰성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기업들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적합한가를 시험받고 있다”며 “주가는 기업들이 돈을 얼마나 버느냐 이상의 의미를 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분석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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