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들 광고해야겠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앞줄 왼쪽 둘째)이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제품 전시회(CES)를 찾아 딸들의 손을 꼭 잡은 채 전시장을 함께 둘러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장. 삼성전자 제공
라스베이거스 가전쇼 찾아
온가족 이끌고 대외활동 재개
온가족 이끌고 대외활동 재개
지난 연말 특별사면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 전자제품 전시회(CES)에 온 가족과 함께 등장했다. 그가 공식 대외활동을 재개한 건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20개월 만이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전시회 취지를 설명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자기 위치를 쥐고 가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영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멀었어요”라고 짧게 대답하고, 향후 활동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해외에 자주 나와야 되겠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국민과 정부 다 힘을 합쳐서 한쪽을 보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자격정지 상태)인 이 전 회장은 전시회 기간에 전·현직 올림픽 위원 3명을 초청해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 자녀들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배워야 한다. 아직 어린애다”, “여기서 우리 딸들 광고를 해야겠다”고 말하면서 부진·서현 두 딸의 손을 잡아끌기도 했다. 국내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그렇게 나쁠 것 같지는 않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 외에 엘지(LG)전자, 일본의 파나소닉·샤프·소니, 중국 하이얼 등 국내외 업체들의 전시장을 찾아 제품들을 둘러봤다. 그는 일본 제품에 대해 “기초와 디자인에서 우리가 앞섰고 한번 앞선 것은 뒤쫓아오려면 참 힘들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래 성장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멀었다. 10년이 긴 세월이 아니다. 삼성은 10년 전에 지금의 5분의 1도 안 되는 구멍가게였는데, 잘못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날 전시장엔 이 전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와 이재용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자녀들과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 등 사위들도 모두 함께했다.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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