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사면’‘제2롯데월드’에 보은 성격
현대차·SK 등 ‘신중’…합류 가능성도
현대차·SK 등 ‘신중’…합류 가능성도
정부가 11일 발표할 세종시 수정안에 포함될 입주 예정 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삼성 이외 주요 그룹들은 “입주할 마땅한 사업이 없다”거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계속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에 ‘올인’하는 삼성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사실상 특혜에 가까운 입주 조건이지만, 생산시설 이전에 수천억원의 투자요인이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해 끝까지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삼성의 ‘올인’과 향후 행보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과 주요 사업분야로는 삼성의 주요 계열사와 미래 성장사업군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세종시 입주 후보로 거론되는 그룹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삼성·롯데 등 정부와의 관계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그룹과 한화·웅진 등 충청권 연고 그룹이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에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면 재계 1위인 삼성의 입주가 관건이라고 보고 진작부터 공을 들여왔다. 정부가 지난해 말 이건희 전 회장의 단독사면을 단행할 때부터 삼성의 세종시 입주를 기정사실화하는 ‘빅딜론’이 나왔다. 삼성은 엘이디(LED) 같은 미래 성장사업을 중심으로 해서 2조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하는 등 사실상 ‘올인’하는 모습이다. 입지 규모로도 삼성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세종시=삼성시’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롯데도 숙원사업인 잠실 제2롯데월드 추진이 성사되면서 정부에 ‘화답’해야 할 처지다. 한화·웅진은 충청이 연고지인데다가, 고향이 역시 충청인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의 총대를 매면서 진작부터 유력후보로 꼽혀왔다. 한 고위임원은 “동향인 총리를 돕는다는 뜻에서 일찍부터 검토했다”고 털어놨다.
■ 현대차·에스케이·엘지의 ‘신중모드’ 삼성 이외의 주요 그룹들은 “정부의 최종안이 나와봐야 한다”며 여전히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에스케이는 “평당 40만원 이하의 땅값이나 감세 조건은 괜찮은데, 마땅한 사업이 없다”면서 “2차전지는 아직 주문량이 적어 생산라인을 언제 지을지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충청권에는 아산의 자동차와 당진의 제철소 등 이미 많은 공장이 있고, 연구개발센터는 남양(자동차)·마북리(부품)·의왕(정보기술)에 모여있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엘지는 “정부발표 이후 사업 타당성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며 ‘백지상태’를 강조했다.
주요 그룹들의 이런 태도에는 세종시 입주가 단순히 땅값·세금·물류 등의 경제조건 뿐만 아니라 재벌 특혜논란, 여-야와 여-여 간 대립구도, 관련법 처리의 불확실성과 같은 정치적 요인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위험성이 높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주요 그룹의 고위임원은 “세종시 특별법이 지방선거 이전에 처리가 안되면 추진력이 떨어져 입주계획도 공중에 떠버릴 위험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삼성 독주에 대한 견제의식, 기업이전시 기존 지역의 반발도 고려요인이다. 한 중견그룹 핵심임원은 “위험요인을 무릅쓰고 이미 입주결정을 한 기업들은 정치적 계산이 앞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주요 그룹들이 앞으로 세종시에 추가합류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지금 시점에 꼭 간다, 안간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느냐”며 정부 눈치를 보는 속내를 비쳤다. 현대차 고위임원도 “막판 정치변수의 돌출 가능성은 그 누구도 모른다”고 말했다.
곽정수 이태희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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